- 해양수산부 ‘등대스탬프 투어’인기몰이
역사·경관 지닌 15곳 선정해
4곳 이상서 도장 땐 1종 증정
모두 찍어오면 15종 다 받아
관광까지 곁들이는 ‘1석3조’
“등대 4곳 이상을 방문한 뒤 등대마다 비치된 도장을 등대여권에 찍어 오면 기념메달을 드립니다.” 따뜻한 봄기운이 느껴지던 지난달 31일 오후 전남 여수시 오동도. 섬 입구에서 600m쯤 빨간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핀 야트막한 산지를 타고 걸어 올라가니 27m 높이의 흰 8각 콘크리트 건물 위에 파란 지붕이 얹혀진 모습을 한 오동도등대가 등장했다. ‘등대지기’ 이경범 해양수산부 여수지방해양수산청 항로표지관리소 주무관이 등대 옆 홍보관 앞에 등대여권과 스탬프를 내놓고 ‘등대스탬프 투어’에 대해 설명하자 30~40개 되는 여권이 순식간에 동났다. 친구와 함께 광양시에서 온 직장인 신정근(28) 씨는 “여수에 놀러 온 길에 오동도등대가 유명하다고 해서 와봤다”며 “도장을 찍으면 메달을 준다니 다른 등대도 가볼까 싶다”고 여권 4개를 챙겨 들었다. 신 씨뿐 아니라 배낭을 멘 노부부, 카메라를 든 젊은 커플도 여권에 도장을 받아 갔다. 이 주무관은 “오동도는 주말에 하루 평균 약 5000명씩 방문할 정도로 인기 관광지인데 등대스탬프 투어 프로그램을 시행한 후 관광객 수가 더 늘어났다”며 “1만5000부의 등대여권을 받아 놨는데 200부밖에 남지 않아 추가 주문을 했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15개 등대의 위치, 역사, 특징과 주변 관광정보를 담은 여권형 안내책자인 등대여권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15개 등대와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에 있는 국립등대박물관에서 무료로 배포한다. 오른쪽 윗부분에 도장을 찍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여권을 들고 해당 등대를 방문하면 등대모형이 새겨진 도장을 찍어준다. 4곳 이상 도장을 받아 등대박물관을 찾아가면 기념메달을 준다. 독도등대는 직접 방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독도 선착장에서 촬영한 인증사진을 보여주면 도장을 찍어준다. 등대스탬프 투어는 2022년 12월 31일까지 진행된다.
메달은 중세 대항해 시대의 금화를 떠올리게 하는 형태로 제작됐고 총 15종이다. 여권에 도장 4개를 받아 오면 등대메달 1종을, 8개를 받아 오면 등대메달 3종을 준다. 15개 도장을 받으면 메달 15종을 모두 준다. 또 도장 15개를 처음으로 모은 사람은 명예 등대원으로 임명돼 오는 5월 27일부터 6월 2일까지 인천에서 열리는 ‘국제항로표지협회 콘퍼런스’에 초대받는다.
◇등대 보고 메달 받고 관광 하고 1석3조 = 등대스탬프 투어의 장점은 고유의 역사와 특색을 간직한 전국 방방곡곡의 등대도 보고 메달도 받고 빼어난 인근 경관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동도등대의 경우 8층 높이의 나선형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가장 위층에 전망대가 나오는데 서로 다른 각도에서 남해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다. 등대 앞에는 엽서를 써서 넣으면 1년 후 전해주는 느림보 달팽이 우체국도 있다. 등대 외에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입구에 모형 거북선과 판옥선, 2012년 세계박람회 홍보관, 음악분수가 있다. 남쪽 해안가에는 소라바위, 병풍바위, 지붕바위, 코끼리바위, 용굴 등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투어가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 2월 기준 89명이 117개의 메달을 받아 갔다. 4곳을 들러 메달 1개를 받아간 사람이 75명, 8곳을 방문해 메달 3개를 받아간 사람이 14명이다. 3월에는 15곳을 완주해 메달 15개를 모두 받은 사례도 나왔다.
등대스탬프 투어의 인기에 힘입어 유인등대 방문객도 늘어났다. 해수부에 따르면 시행 전인 2016년 10월 유인등대 방문객 수는 49만6489명이었는데 시행 후인 지난해 10월엔 53만6344명까지 약 4만 명 늘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지난 한 해 해양수산 동향을 키워드로 조사한 결과 국민은 등대와 연계한 단어로 여행을 꼽기도 했다.
◇어느 등대부터 갈까 = 서해안 쪽에는 소청도·팔미도·옹도·어청도·홍도 등 총 5개의 등대가 있다. 인천 옹진군 소청도등대는 서해 최북단 푸른 섬에 위치해 중국과 인천을 잇는 해상과 휴전선 부근을 지나는 선박들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전북 군산시 어청도등대는 우리나라 서해안의 남북항로를 통항하는 선박이 이용하는 등대로, 등대 모습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남해안 쪽에는 마라도·우도·오동도·소매물도·영도 등 5개의 등대가 있다.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등대는 국토의 끝이자 시작인 최남단에 위치한 등대로, 동중국해와 제주도 남부해안을 운항하는 선박들을 주로 안내한다. 경남 통영시 소매물도등대는 해안 경관이 절경을 이뤄 통영 8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동해안 쪽에는 간절곶·울기·호미곶·독도·속초 등 5개의 등대가 있다. 울산 울주군 간절곶등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새해를 맞이하는 간절곶 앞바다를 밝히는 등대다.
김영신 해수부 항로표지과장은 “가족·친구·연인과 함께 등대여권을 가지고 아름다운 경관과 역사·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우리 등대로 여행을 떠나 볼 것”을 권했다.
여수 =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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