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야기 나누며 화기애애
우즈 “우린 라이벌 아닌 친구”
미켈슨 “서로 존경하는 사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친분 과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3)와 필 미켈슨(48·이상 미국)은 지난 20여 년간 최고의 라이벌이었다. 둘의 팬층은 확실하게 구분된다. 우즈는 불륜 스캔들에 휘말렸고, 여러 차례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고 후유증에 시달렸다. 반면 미켈슨은 아내의 투병, 딸의 졸업식을 위해 출전을 포기하는 등 가족을 살뜰하게 챙겼고 큰 부상 없이 꾸준한 기량을 자랑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스타일로 인해 우즈와 미켈슨은 라이벌 의식을 떨치지 못했다. 팬들에게 둘은 먼 사이로 비쳤다.
우즈와 미켈슨은 팬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장면을 연출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올해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를 하루 앞둔 4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마스터스 위크’ 둘째 날 우즈와 미켈슨이 사이좋게 연습 라운드에 동반했다. 주최 측에서 우즈와 미켈슨을 함께 엮은 전례는 거의 없었다. 우승을 다툴 때 동반 라운드를 펼친 적은 간혹 있었지만, 친분을 앞세운 연습 라운드에서 우즈와 미켈슨이 동반하는 건 무척 이례적인 일. 우즈와 미켈슨은 특히 한 팀이 돼 다른 두 명과 매치플레이 내기까지 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연습 라운드 직후 공식기자회견에서 미켈슨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공세가 이어지자 우즈는 “우리는 라이벌이 아니라 20여 년 동안 같은 길을 걸어온 친한 동료이며 친구 사이”라고 입을 열었다. 우즈는 “그(미켈슨)와 연습라운드를 함께한 것은 팀 경기를 제외하면 1998년 닛산오픈 이후 20년 만이다”고 덧붙였다. 우즈는 특히 “우리를 ‘오랜 라이벌’로만 바라보는 사람이 많은 줄로 안다. 우리가 우승경쟁을 펼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 거리를 두는 사이는 아니다”라고 말하며 손을 내저었다.
미켈슨은 화답했다. 미켈슨은 “나와 우즈는 늘 서로를 존경하고 도와주는 사이”라면서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기에 우리는 더욱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미켈슨은 “우즈와의 연습 라운드는 매우 즐거웠고 동반하면서 ‘자학개그’ 등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면서 “우즈를 다시 필드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다행스럽고 멋진 일”이라고 덧붙였다. 미켈슨은 “우즈가 골프에서 이룬 업적을 통해 나도 큰 혜택을 보았다”면서 “우리는 앞으로도 서로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즈는 미켈슨을 치켜세웠다. 우즈는 “오늘 함께해 보니 미켈슨은 여전히 과감한 플레이와 성공률 높은 쇼트게임을 구사한다”며 “내가 파5인 13번과 15번 홀에서 이글-이글을 기록했지만 미켈슨은 연속 버디로 응수했다”고 설명했다.
우즈는 “우리는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면서 “나이가 들면서 우리의 친분은 예전에 비해 더 두터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즈는 ‘이번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부활이 될 것’이라는 질문에 대해 “2000년과 2001년 4월까지(4대 메이저대회를 석권한 ‘타이거 슬램’을 의미)라면 모를까 섣불리 얘기할 수 없다”면서 “정말 위대한 부활은 1949년 차 사고로 중상을 입고도 이듬해 US오픈에서 우승한 벤 호건”이라고 말했다. 우즈는 또 “올해는 여러 명이 우승 후보라고 생각한다”면서 자신의 우승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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