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성 정착기… 박대우 대표 ‘온다씨의 강원도’
해수욕장 게스트하우스 주인 등
대도시 살던 20~30代 8명 인터뷰
동네 훑으며 소소한 일상 등 담아
책은 여행가이자 사진작가인 김준연 씨가 강원도 사람 여덟 명을 만나 그들이 강원도에 정착하게 된 계기, 생계를 유지하는 방식 등을 동네 구석구석을 함께 걸으며 취재한 인터뷰집이다.
설악 해수욕장 안쪽에 깊숙이 자리한 게스트하우스 매미지옥의 운영자, 속초골목길의 북스테이 주인, 서울과 양양을 오가며 정보기술(IT) 무역 일과 서핑 숍 운영을 겸하고 있는 사람, 유유자적해 보이는 시골 삶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고 말하는 고성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겸 일러스트레이터, 시인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는 고성초교 선생님…. 대부분 대도시에 살던 20, 30대 직장인들로, 새로운 곳으로 옮겨와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들이다. 박 대표가 고성으로 이주한 뒤 ‘과연 이곳에서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만난 ‘이주 선배’들이기도 하다.
직장생활에 지치고, 조금 다르게 살아보겠다며 사표를 낸 뒤 공기 좋고, 딸을 보낼 만한 발도르프 교육 과정을 도입한 학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쑥 고성에 정착한 박 대표는 이곳 바닷가 마을에 자리 잡을 때만 해도 출판 관련 일을 다시 할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슬슬 내고 싶은 책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때마침 진행된 강원도 창업 지원 공모에 강원도 사람 인터뷰집 아이디어가 덜컥 당선되면서, 책 만드는 일을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예상치 못했으니 우연이지만, 그의 13년 차 경력을 생각하면 필연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강원도 바닷가에서 살아 보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말처럼 정작 정착한 사람은 많지 않다. 고성에 정착해 보니 강원도는 한국인에게 어떤 고장일까 궁금해졌다. 이곳에 이주해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인지 묻고 싶어졌다. 생계는 또 어떻게 유지하는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온다씨의 강원도’는 낯선 여행객들이 스쳐 지나가며 강원도에 대해 쓴 그런 책이 아니다.
맛집이 아니라 그냥 가서 먹는 식당이 나오고, 명소가 아닌 평소 걷는 산책길이 나온다. 떠나서 다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나지막하게 풀려 나온다. 분명한 것은 그 안에 생생한 삶이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번 주에 온다의 두 번째 책으로 작곡가 겸 기타리스트 팻 매시니와 프로듀서 리처드 나일스 대담집을 내고, 또 다른 인터뷰집도 준비 중이다. 첫 세 권이 모두 인터뷰집이다. 그는 온다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가 있는, 그런 인문 교양서를 꾸준히 내놓고 싶다고 했다. 온다(onda)는 이탈리아어로 파도라는 뜻이다. 사진은 고성 바닷가를 자전거로 달리고 있는 박 대표의 모습이다.
- 궁예 흔적 찾아 철원 답사… 원재길 소설 ‘궁예…’
궁예, 백성 사랑한 위정자로 해석
부인 두시간 만에 읽고 출간 결정
디자인 전공 딸과 가족출판사 차려
그는 원주 외곽 산마을에 정착한 이후 아침 일찍 일어나 통틀 즈음 밭에 나가 일을 하고, 점심 먹고 난 뒤 1시쯤부터 밤 늦게까지 글을 쓰는 농부·작가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는 이런 리듬과 심성이 어린이·청소년 책 작업에 잘 맞았다고 했다. 밭일을 하면서 오후에 쓸 것들을 정리해보고, 글을 쓰면서 쌓인 피로는 다음 날 농사로 푼다며 농사와 글쓰기가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장편소설로는 17년 만에 내놓는 ‘궁예 이야기’도 어린이 책에서 시작됐다. “5∼6년 전 왕건, 견훤, 궁예에 대한 어린이 책을 썼다. 대부분의 역사책이 그렇듯 왕건에 초점을 맞춘 책이었다. 하지만 자료를 살피면 살필수록 왕건 중심의 역사로 인해 궁예가 폭군으로 왜곡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것이 계기가 돼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작품을 위해 ‘삼국사기’ ‘고려사’ 등 궁예에 관련된 거의 모든 역사적 자료, 학술 논문과 책을 읽었고 궁예가 905년 천도한 철원 등을 직접 답사하며 궁예의 흔적을 뒤쫓았다. 혼란 속으로 빠져든 9세기 통일신라에서 시작돼 매우 빠르고 흥미롭게 읽히는 이 작품에서 원 작가는 궁예를 백성을 사랑한 위정자, 만민이 평등한 세상을 꿈꾼 인물로 새롭게 해석했다.
그는 사료의 허점과 빈 곳을 메워가는 역사적 상상력은 연구자나 학자의 일이 아니라, 소설가의 몫이라고 했다. 그는 ‘궁예 이야기’에 이어 1500년대에 살았던 인물에 대한 새 작품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3년 후쯤 출간할 계획이며, 이어 현대의 또 다른 인물에 대한 소설도 내놓을 계획이다. 인물 3부작이다.
원 작가는 기존 출판사에서 책을 내지 않고 직접 출판사를 만들어 출간하게 된 이유를 ‘나만의 작업 속도로 책을 출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오랫동안 출판사 편집자로 일했던 부인 이상희 시인이 지난해 가을, 단풍나무 아래에서 ‘궁예 이야기’를 두 시간에 걸쳐 읽은 뒤 “우리가 직접 냅시다”고 결론 냈다고 한다. 원재길 대표, 이상희 기획·편집, 책 디자인은 디자인을 전공한 딸 새록이 맡는 가족 출판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출판사 이름 ‘단강’은 원 작가가 사는 산마을의 주소 원주시 단강리에서 가져왔다. 사진은 농사를 짓는 원 작가의 모습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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