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고픈 충동에 연기 시작
젊을땐 생계위해 드라마 주력
연기는 진실성·감정절제 중요
관객이 받아들일 몫 남겨둬야
미투 운동 ‘전화위복’ 될 것”
“이제는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어요. 기회만 있으며 해야죠.”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후 7년 만에 영화 주연으로 나선 배우 이순재(83·사진)는 작품 선택 기준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순재가 아역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영화 ‘덕구’(감독 방수인)가 5일 개봉한다. 이순재는 이 영화에서 아들이 죽은 뒤 어린 손자 둘을 키우는 ‘할배’를 연기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할배는 자신이 떠난 후 덩그러니 남겨질 손자들을 위해 아들 사망보험금을 몰래 써 집에서 쫓아낸 며느리를 찾아 나선다.
이순재는 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충동으로 연기를 시작했다”며 “하지만 옛날에는 모두가 ‘흙수저’였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 주로 드라마에 출연했고, 영화는 마지막에 할 수밖에 없었다.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젊은 시절 프랑스, 이탈리아 고전 영화를 섭렵하며 막연히 예술가의 길을 동경했다”며 “재수하고 서울대 철학과 시험을 보며 떨어지면 서라벌예대(현 중앙대)에서 영화를 전공하려 했다. 그랬으면 영화감독으로 활동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영화는 예측 가능한 줄거리로 전개되지만 이순재의 경륜을 녹여낸 자연스러운 연기가 물 흐르듯 펼쳐지며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에 대해 그는 “연기는 진실성이 있어야 한다. ‘이 대목에서 효과를 내야지’하는 생각을 하면 튀게 된다”며 “신파 없이 흘러가는 시나리오를 보고 감정을 절제하는 데 집중했다. 배우가 슬픈 장면에서 혼자 넋을 놓고 울어대면 관객은 냉정해지기 때문에 관객이 받아들일 감정의 몫은 남겨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예계 ‘어른’으로 존경받는 그는 “팔십 넘어서까지 일을 하니까 부러워하는 거다. 젊었을 때 경험을 생각하며 후배들에게 귀찮은 존재가 되지 않으려 한다”며 “나이 먹었다고 행세하고, 이것저것 조건 달며 까다롭게 굴면 다음부터 안 부른다. 모두가 즐겁게 일을 해야 하는데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우리 때는 행복의 개념이 막연했는데 요즘은 확실하게 찾는다”며 “오늘 하루의 행복에 유념해야 한다. 그렇게 일주일이 행복하면 계속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연예계에 확산하고 있는 ‘미투’(MeToo) 운동에 대해 그는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도 젊었을 때 문희 씨와 비 오는 날 촬영하며 추워서 떨고 있는 문희 씨를 안아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참았다”며 “많은 사람들이 그런 짓을 하면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을 거다. 아픔이 바탕이 돼 남녀 성에 관해 전향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영화에 ‘노개런티’로 출연한 그는 “출연료를 별로 줄 것 같지 않아서 ‘나중에 잘 되면 달라’고 했다. 많이 봐주셔야 내가 많이 받게 된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사진 = 영화사두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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