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 동구릉

조선왕릉 42기 중 북한에 있는 2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40기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으며 서울과 경기도에 모여 있다. 그중 무려 9기가 구리시 동구릉(사적 제193호)에 있다. 동구릉은 한양 동쪽에 9기의 왕릉이 모여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왕릉은 풍수지리학적으로 명당자리에 위치해 있다. 동구릉도 뒤를 감싸고 있는 검안산이 주산이 돼 양쪽으로 청룡과 백호가 감싸고 있는 형상을 띠고 있다. 왕이 잠들어 있는 봉분은 검안산의 중턱에 있다.

동구릉은 주변 풍광이 수려하고 사시사철 계절의 변화를 만끽하게 해준다. 울창한 숲길로 들어서면 오랜 세월 왕릉과 함께 한 고목들이 길을 따라 도열해 있고 푸른 이끼 가득한 시냇가에서는 청아한 물소리가 방문객의 귀를 씻어준다.

그래서 동구릉에는 봄나들이를 겸해 찾는 사람들도 많다.

동구릉의 9개 능은 태조의 건원릉(사진)을 중심으로 5대 문종과 현덕왕후의 무덤인 현릉, 14대 선조와 의인왕후·계비 인목왕후의 무덤인 목릉, 16대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의 무덤인 휘릉, 18대 현종과 명성왕후의 무덤인 숭릉, 20대 경종의 비 단의왕후의 무덤인 혜릉, 21대 영조와 계비 정순왕후의 무덤인 원릉, 순조의 세자 익종과 신정왕후의 무덤인 수릉, 24대 헌종과 효현왕후·계비 효정왕후의 무덤인 경릉 등을 지칭한다.

태조가 죽은 뒤 하륜(河崙)에 의해 이곳을 능역으로 정했다고 전해진다. 묘가 생길 때마다 동오릉·동칠릉으로 불렸는데 철종 6년(1855)에 수릉이 옮겨진 이후 동구릉으로 명칭이 굳어졌다. 동구릉에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왕릉이 변화하는 과정을 살필 수 있다.

태조의 무덤인 건원릉은 고려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현정릉을 기본으로 삼아서 만들었다. 병풍석의 무늬나 문인석·무인석 등의 양식에서 고려 공민왕릉의 영향이 보이지만, 봉분 주위로 곡장을 새롭게 두른 점, 석호와 석양의 배치에 변화를 준 점, 장명등 등 석물의 양식과 문양에 새로운 요소가 가미된 점 등은 분명히 시대가 바뀌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한편 문화재청 조선왕릉 동부지구관리소는 구리교육문화원과 함께 동구릉에서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학생을 대상으로 조선 시대 능참봉의 일상과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나는야, 동구릉 지킴이 능참봉’ 행사를 27일부터 11월 24일까지(7·8월 제외)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운영한다.

능참봉은 조선 시대 관직 중 품계는 낮았지만, 왕릉을 보호하고 제사를 지내며 왕릉 숲의 나무와 건물을 관리하는 등 왕의 무덤을 지킨다는 상징적 의미 때문에 매우 중요한 직책으로 여겨졌다. 참가자들은 왕릉 관리책임자인 능참봉으로 일일 제수돼 조선 시대 전통의상을 입고 능참봉의 일상을 체험한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