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과 외부소식 갈증도 해소
北 주민 쪽배 타고 나와 기다려
北정권에 쌀·현금 제공은 반대”
“북한의 곡창지대로 알려진 황해도 주민들조차 잔디 뿌리를 삶아 먹는다더군요. 때로는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쌀을 기다리는 북한 주민들이 실망할 것을 생각하면 그만둘 수 없습니다.”
김용화(65·사진)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은 2016년 탈북 북한 주민들을 만나 황해도의 식량난이 최악이라는 말을 들은 이후 페트병에 쌀을 담아 2년 동안 꾸준히 북한에 보내고 있다. 지난 2일에도 강화도에서 쌀과 USB가 담긴 2ℓ 페트병 500개를 바다에 실어 북쪽으로 보냈다. 페트병 1개에 담긴 쌀은 1.3㎏으로 북한 근로자의 두 달 치 월급에 해당한다. 쌀 보내기 행사에는 탈북자 단체인 사단법인 큰샘의 박정오 회장과 ‘노체인(No Chain)’의 정광일 대표도 함께했다.
지난 2년간 김 회장이 북한에 쌀을 보낸 횟수는 53회. 보낸 쌀의 양은 무게로 따져 35t이 넘는다. 쌀을 담는 페트병은 김 회장 등 단체 관계자들이 분리수거함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모았다. 김 회장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창원에서 농사를 짓는 한 탈북민은 ‘고향에 보내는 데 돈은 필요 없다’며 쌀 500㎏을 싣고 올라와 전달하기도 했다.
김 회장이 보내는 쌀은 어느새 북한 해안가 주민들의 ‘생명줄’이 됐다. 김 회장은 4일 “초창기에는 북한 당국에서 쌀에 독극물이 섞였다고 선전했지만, 쌀을 병아리에게 먹여도 죽지 않자 주민들이 페트병을 기다리기 시작했다”며 “최근에는 주민들이 쪽배를 타고 물때에 맞춰 나와 페트병을 줍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회장이 GPS로 추적한 결과 페트병이 유실되지 않고 북한 측 해안에 닿는 전달률은 95%에 달했다.
김 회장은 그러나 북한 정권에 대한 쌀·현금 제공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회장은 “북한 주민들을 도와야지,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줘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으로 보내지는 페트병에는 쌀과 함께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세계를 알릴 수 있는 USB도 들어가 있다. 쌀이 북한 주민들의 굶주린 배를 채우는 역할을 한다면, USB는 주민들의 외부세계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지난 2일 페트병에 담겨 북한으로 향한 USB에는 각종 영화와 음악은 물론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에서 행한 연설 장면도 담겨 있다.
평양 출신인 김 회장은 함흥철도안전부에서 일하다 1988년 평양행 군수 열차 전복 사고로 ‘민족반역자’가 될 위기에 처하자 탈북했다. 중국·베트남·라오스를 떠돌던 김 회장은 2001년에야 정식으로 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에 정착했다. ‘받은 만큼 돌려주라’는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에 감명을 받아 인권 운동을 시작했다는 김 회장이 지금까지 탈북과 정착을 도운 탈북민도 약 6000명에 달한다.
김 회장은 “남한에서 버리는 물건도 북한에서는 큰 힘이 된다”며 쌀뿐만 아니라 양말과 속옷, 감기약 등 생필품을 기부해달라고 당부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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