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준 논설위원
美 F-35 대만 판매론 再부상
中에선 대만 선제공격론 나와
韓 해양수송로 위협 대비해야
그동안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수 없었던 가장 큰 군사·지리적 장애는 바다였다. 미 7함대가 가로막고 있는 한, 중국군이 대만해협을 건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아니, 미군이 없더라도, 과거 중국 해군과 공군은 상대적으로 최신 무기로 무장한 대만 해·공군을 이기기 힘든 전력이었다. 그러나 중국군 현대화가 가속화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대만군을 압도하는 군사력을 갖췄으며, 지대함 미사일·잠수함 등 미 함대의 개입을 저지할 ‘반(反)접근·지역거부(A2AD)’ 전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1950년대 이후 처음으로 대만을 점령할 수 있는 실질적 무력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만이 원하는 모델은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고 평소보다 짧은 활주로만 있어도 되는 미 해병대용 F-35B다. 한국 공군은 대북 제공권 확보를 자신하고 있기 때문에 미 공군용 F-35A를 도입할 예정이지만, 대만은 개전 초기에 중국이 대만 공군 기지를 선제 타격할 것에 대비해 분산 배치하기 좋은 F-35B를 선호하는 것이다. F-35B는 수직이착륙 능력을 갖추기 위해 F-35A보다 무장탑재 능력과 작전 반경 및 그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대만이 F-35로 무장하게 된다면, 과거 누렸던 대(對)중국 불침(不沈) 항공모함의 위치를 회복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미국도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A2AD에 맞설 수 있는 대항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이 ‘대만 무장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중국은 불쾌할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아도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여행법’에 서명한 이후, 알렉스 윙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 등 미 고위인사들이 잇달아 대만을 방문하는 사실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던 참이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과 형식상 단교했으나, ‘대만관계법’을 통해 사실상의(de facto) 외교 관계를 대만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다. 이에 대만관계법에 따라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수출하는 것을 애써 못 본 척해 왔다. 실제로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시에도 3차례에 걸쳐 140억 달러어치 무기를 대만에 판매했다. 그러나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일반 무기는 몰라도 신예 전투기·잠수함·이지스 구축함과 같이 대만해협에서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만한 신예 무기를 미국이 대만에 판매한 적은 없었다.
중국은 2005년 3월 14일 반분열국가법(反分裂國家法)을 제정했는데, 제8조에 대만이 실질적으로 독립을 추진하거나 평화적인 통일의 틀을 파괴할 경우, 중국군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만이 F-35 도입을 결정하면, 전력화되기 전에 선제공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도 중국의 반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수적 헤리티지 재단의 예비역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존 베너들 국방정책 선임 연구원도 “F-35를 대만에 판매함으로써 중국을 억제하는 효과보다는 대만과 중국 간에 전쟁을 유발할 위험이 오히려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에는 북핵 문제 해결의 대중 지렛대로 미국이 대만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보는 대만의 전략적 가치는 결코 한반도보다 작지 않다. 대륙 방어보다는 해양 방어가 미국 전략에 부합한다는 견해를 가진 미 전략가들은 대만의 가치를 한반도보다 더 크게 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역외 방어(offshore defense)론자들은 한반도는 포기할 수 있어도 대만은 버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만은 한국에도 중요하다. 대만이 중국으로 흡수될 경우, 대한민국의 생명선인 대만해협을 거쳐 믈라카해협으로 이어지는 해양 수송로의 운명은 중국 손아귀에 들어가게 된다. 어떻게 될지는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을 통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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