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산림청장

완연한 봄이 느껴지는 4월 5일은 조상을 기리는 청명이고 그다음 날은 한식이다. 한식에는 떡이나 과일 등의 음식과 국수를 올려 차례를 지내고 조상의 묘를 손질한다. 이날에는 불을 피우지 않고 찬밥을 먹는 풍습이 있다. 하지만 이맘때는 연중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최근 10년 동안 한 해 평균 421건의 산불이 발생해 603㏊의 산림이 소실됐다. 30㏊ 이상의 산불은 모두 31건으로, 전체 산불 피해면적의 67%를 차지한다. 아울러 매년 청명·한식 전후(4월 4∼6일)로는 연간 총 피해면적의 11%가 잿더미로 변하고 있다.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놀랍다. 2002년 전후 3년간 식목일에만 산불이 모두 123건 발생해 672㏊의 산림이 소실됐다. 나무 67만 그루가 사라진 것이다. 2002년에는 식목일 하루에만 63건이 발생했다. 충신을 기념해 불을 때지 않고 찬밥을 먹는 풍습이 있는 한식이자 나무를 심는 식목일에 수십㏊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한다는 건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지 4월에는 걱정이 앞선다. 특히, 이때쯤 동해안 지역은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불어 산불이 크게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려 2만4000여㏊의 산이 불타 단군 이래 최대 산불로 기록된 2000년 동해안 산불, 낙산사를 집어삼켰던 2005년 양양 산불도 모두 식목일과 청명·한식 전후로 발생했다. 최근에는 대형 산불 발생 시기도 바뀌고 있다. 지난해 같은 날 발생한 삼척·강릉·상주 산불은 5월이었고, 올해 난 삼척 산불은 2월이었다. 그전까지 대형 산불이 3∼4월에 났던 것을 볼 때 이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 기후변화 등으로 미국, 칠레, 포르투갈 등 전 세계적으로 초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면서 이제는 산불 예방과 관리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의 산불 담당자들은 날씨를 예의주시하고, 연일 건조한 날이 계속되면 더 바짝 긴장하게 된다. 만일 이러한 때 전국에 동시다발로 산불이 일어나고 설상가상 강풍이라도 불면, 대형 산불로 확산될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산불은 주로 입산자 실화나 논·밭두렁, 영농 폐기물, 생활 쓰레기 등 불법 소각이 주요 발생 원인이다. 이는 인재(人災)이며 사람의 이기심이 가져온 결과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발생한 산불은 그 피해지를 복구하는 데 적어도 50년이 걸린다.

안타깝게도 올겨울 강원도 삼척 산불 당시 부상자가 유독 많았다.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진화하느라 크고 작은 부상을 한 15명의 진화대원과 공무원,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산림 파수꾼이 아닌가 싶다. 지난 2∼3월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들 덕분에 가능했다.

산불 철마다 전국의 산림공무원은 주말 동안 편히 쉴 수가 없다. 산불이 나면 언제든지 현장으로 달려가 진화 작업을 해야 하고, 취약 지역에 기동 단속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이 산림공무원의 숙명인 것처럼 산불을 예방(豫防)하고 진화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비록 실수로 산불을 냈다 하더라도 가해자는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다른 사람 소유의 산림에 불을 지른 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실수로 산불을 내는 경우라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 하는 이기심은 버려야 한다. 개인의 편리함만 추구한다면 산불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온 누리에 봄꽃이 만개한 4월! 올해는 식목일 단 하루만이라도 산불이 없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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