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논설위원

“나이 핑계 대지 말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늙었다고 생각하면,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다가는 자괴감까지 밀려오게 마련이다.” 원로배우 이순재(83)는 최근 어느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배우는 모든 배역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다양한 인물들을 새롭게 만들어 나갈 때 보람과 가치가 더 있다”고 덧붙였다. 순수한 청년부터 흉악범에 이르기까지의 수많은 배역을 누구보다 더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끊임없이 도전해온 그는 “내가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모든 순간의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더 열심히 해야 하겠다고 거듭 다짐한다”고도 밝혔다.

그의 이름 앞에 흔히 붙는 수식어도 대단히 많다. ‘국민 배우’ ‘대체 불가능한 연기자’ ‘한국 탤런트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선배 1호’ ‘한국 최초의 일일 연속극 주인공’ ‘1년 365일 쉬지 않고 연기하는 청춘’ 등. 요즘도 신인처럼 연습하며, 모든 에너지를 연기에 쏟는 그는 가장 먼저 촬영장에 도착한다. 한 번도 후배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킨 적이 없을 뿐 아니라, 한마디 대사일지라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서울대 철학과 3학년 때이던 1956년에 연극 ‘지평선을 넘어’로 데뷔한 그는 1962년 KBS 개국 첫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다’로 방송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그 이래 여러 방송을 넘나들며 출연한 TV 드라마와 영화가 300여 편에 이른다. 대표적인 명작 드라마만 해도 ‘고독한 길’ ‘사랑이 뭐길래’ ‘모닥불’ ‘허준’ ‘제3공화국’ ‘야망’ ‘불멸의 이순신’ ‘거침없이 하이킥’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tvN 인기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유럽 여행에서 그가 독일어를 구사했던 것도 학생 시절의 노력 결과다.

그런 그가 오는 5일 일반 개봉하는 영화 ‘덕구’에 주연으로 나온다. 영화 출연은 7년 만이다. 출연료도 받지 않고 ‘덕구 할아버지’ 역을 맡은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순수를 지향하는 방수인 감독이 8년에 걸쳐 쓴 시나리오의 ‘인간애(愛)’가 감동적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우직하고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잊고 사는 것에 대한 그리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여서 뜻깊다고 여겼다.” 허접한 기교와 위선이 난무하는 세태여서, 눈물 속에 따뜻한 미소를 짓게 하는 이 영화의 감상은 누구에게나 모처럼 가슴이 뭉클하고 따뜻해지는 경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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