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핵 협상-FTA연계
靑 “안보 통상은 별개”라지만
두 이슈는 不可分 협상 조건
‘거래 달인’에 운동장論은 무력
환율시장 불안 외면은 무책임
실익 균형과 경제주권 찾아야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 전직 경제부처 장관이 미국 싱크탱크에서 몇 년간 연구하며 느낀 총론이다. 그곳에서 한국 목소리는 일본·중국에 치일 뿐 아니라, 미국인들에게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고착시킬 뿐이란다. 진보적이라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 그랬으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더할 것이다. 최근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어진 안보와 경제의 연계 논란을 보면, 우리의 정책 결정권자들은 여전히 ‘희망하는 미국’만 보고 ‘실제 미국’은 외면하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매듭을 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북한과의 협상 이후로 미룰 수도 있다”고 언급하자, 청와대와 관련 부처 수장들은 한목소리로 “통상 문제는 (안보와) 또 다른 문제”라고 응수했다. 환율 개입 억제가 포함됐다는 미국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운동 종목 비유까지 나왔다. 철강과 한·미 FTA는 축구를 한 것이고, 환율 문제는 야구를 한 것이란다. 안보 갈등이 경제 이슈에 영향을 미칠 때마다 선을 그어온 ‘안보 따로, 경제 따로’ 논리다. 그러면서, 트럼프 발언을 중간 선거를 겨냥한 국내 정치용 수사(rhetoric)로 몰았다.
그 바람대로 국제 관계에서 안보, 경제 문제가 각각의 논리로 굴러간다면 다차원 함수의 국가 간 갈등은 한층 단순해질 것이다. 해결의 길도 어렵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되짚어보면 자유무역 시대 이후, 더구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두 이슈가 분리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미 FTA 개정 협상만 해도 애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보다 나중이며, 1∼2년은 여유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가 협상 개시 3개월도 안 돼 마무리된 것은, 누가 봐도 미·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 덕분이다. 이제 비핵화 프로세스를 둘러싸고 이견 조짐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한·미 FTA 개정을 지렛대로 쓰겠다고 변심한 것 말고는 새로운 변수가 없다. 그가 안보동맹 측면에서 감수해왔던 평화 유지 비용과 경제적 손해(무역 적자)에서 벗어나 이익의 균형을 찾겠다고 한 마당이다. 우리가 ‘안보와 경제는 다른 운동 종목’이라고 하든 말든 의미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중국은 물론 동맹국들에도 무역수지 불균형 문제를 거론하며 압박해왔다. 동맹국 존중과 예의보다 미국의 이익이 우선이다. “수십 년의 유화적인 무역 정책을 뒤집고 미국 노동자와 기업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무역협정을 맺기 위해 협상할 것”이라며 세운 ‘무역 200일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더는 럭비공 대통령이 아니라, 자칭한 대로 ‘거래의 달인’이다. 미국이 소비 대국이면서 저축률이 낮아 상품 수입을 줄인다고 해서 무역수지 적자를 축소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서생(書生)들의 중론이었을 뿐, 1300개 수입상품에 대한 대중(對中) 관세전쟁의 선전포고를 막지 못했다. 여기에 중국이 128개 품목에 맞불 관세를 부과하면서 ‘G2 전쟁’은 오히려 확전하고 있다.
물론 무역전쟁이 전면전이 되거나, 장기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의 안보, 경제 분리 대응의 명분을 살려주진 못한다. 남북과 미·북 정상회담 역시 경제에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악재’가 될 수도 있다. 한반도에서 안보 리스크가 해소되는 건 모두의 바람인데, 정치 이벤트 효과는 짧고 경제 후유증은 길다는 것도 경험칙이기 때문이다. 환율 개입 억제 합의 논란도 정부는 “우리가 맞다”고 진실게임을 벌이지만, 시장은 벌써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먼저 감지하고 움직이는 건 시장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운동장 나누기로 둘러대고, 환율시장의 불안증을 모르쇠 하는 것은 너무 한가하고, 무책임해 보인다.
안보든 무역이든 국제 관계에서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은 힘의 논리다. 그 앞에서 경제 주권을 지키는 길은 참으로 어렵고 험난하다. 청와대와 정부가 이를 모르지도 않을 터다. 대응 역량을 모으는 데 자의적 논리는 곤란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벌이는 전장은 축구, 야구 구분이 없는 무제한 격투기장이다. 힘의 논리에 대응하려면, 힘의 중점을 분산시키거나, 다른 총합의 실익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안보, 경제의 논리가 따로 있지 않다. 별개로 보여도 함께 갈 수밖에 없는 이인삼각(二人三脚)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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