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방해 주장하며 美규탄대회
“학살 주범 美 즉각 사과” 요구
사업위측 “오해 개의치 않는다”
제주 4·3 사건 70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분향소 설치 등 추모 활동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4·3을 기념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시민단체가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단체와 함께 반미(反美) 집회를 열고 미·북 평화협정 체결과 한·미 합동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기념사업위)는 오는 7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통일방해·내정간섭·전쟁위협 미국 규탄대회’를 연다고 4일 밝혔다. 이 단체 웹사이트에 게시된 홍보물(사진)에는 ‘대북 적대정책 폐기’ ‘북미평화협정 체결’ ‘한미합동군사연습 영구중단’ ‘제주 4·3 학살 진짜 주범 미국은 즉각 사과하라’ 등의 구호가 적혀 있다. 성조기가 반으로 갈라진 가운데 주먹을 쥔 팔뚝들이 위를 향하는 형태의 삽화도 배경으로 그려져 있다.
기념사업위를 비롯해 30여 개 단체가 반미 집회에 참여할 예정인 가운데, 주최 단체에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을 키우고 있다. 범민련 남측본부는 연방제 통일과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해와 1997년 대법원에서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단체다. 범민련 남측본부 웹사이트의 공지사항에서는 7일 집회와 관련해 ‘2018년 조국통일의 대전환기에서 자주통일진영 본연의 임무와 역할은 반미투쟁을 적극 벌여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단체는 ‘민족문제에 내정간섭을 일삼고 대결과 전쟁을 부추기는 미국에 대한 분노와 규탄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내고,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하고 평화협정 체결에 나서도록 적극 투쟁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범민련 남측본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는 기념사업위 측 게시물에도 없는 ‘북미 동시 핵군축’과 ‘한반도 전역 비핵화’ 등의 구호까지 포함돼 있다. 범민련 남측본부 웹사이트는 2015년 1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국가정보원의 심의 요청에 따라 ‘이용 해지’ 결정을 내려 강제 폐쇄됐지만, 지난해 8월 15일 무단으로 운영을 재개해 현재 국내에서 접속이 원활한 상태다.
기념사업위 강호진 위원장은 “70년이 지났지만 미국이 4·3에 관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미 대사관 측에 사과 요구 서한문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범민련 남측본부가 집회에 참가하는 데 대해서도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같이 연대해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기념사업위가 소속돼 있는 제주 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관계자도 “미국 규탄대회는 범국민위 차원에서는 논의하지 못해 기념사업위 차원에서 하기로 했다”면서도 “주최는 기념사업위가 하지만 집회 당일 행동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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