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땐 당연히 퇴직 분위기
육아휴직은 아예 엄두 못내”
대체교사 지원制 등 시급
경기 용인시 한 사립유치원에서 근무했던 조모(여·33) 씨는 결혼한 뒤 유치원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유치원 원장이 “결혼하면 아이를 가지게 될 텐데, 그러면 함께 일하기 서로 불편하니 나가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조 씨는 다른 유치원에 취직하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임신 계획이 어떻게 되느냐” “나도 여자지만 임신한 여교사는 잘못될까 불안해서 데리고 있기 힘들다”는 등의 말을 들어야 했다. 겨우 재취업에 성공했으나, 2년 뒤 임신을 하고 또다시 일을 그만둬야 했다. 조 씨는 4일 “내 주변의 사립유치원 교사 중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며 “임신을 하면 휴직하는 게 아니라 퇴직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분위기다”고 설명했다.
경남 창원시에 사는 사립유치원 교사 김모(여·29) 씨도 결혼 뒤 임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가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소문이 퍼져 다른 유치원에 취업하는 데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김 씨는 “장염에 걸려서 일주일 입원하는 것도 유치원에서 눈치를 주는데 몇 개월, 혹은 1년 가까이 휴직을 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립학교법 제59조 7호에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하여 필요하거나 여성 교원이 임신 또는 출산하게 된 때’에 유치원 교사들이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육아휴직은커녕 임신하기도 전부터 아이를 가질 계획이 있으면 그만둬 달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유치원에서는 ‘학부모들이 중간에 담임 교사가 바뀌기를 원하지 않는다’ ‘몇 개월만 일할 대체 교사를 구하기 어렵다’ 등의 이유를 내세워 퇴직을 요구한다. 교사 입장에서는 일을 그만두면 휴직 기간에 나오는 월급도 받을 수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재취업도 쉽지 않다. 경력이 높아지면 호봉도 같이 오르는 임금구조상 유치원에서는 젊고 연차가 낮은 교사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조경서 을지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지위가 불안정하다 보니, 법에서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당연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대체교사 지원제도를 시행하거나 육아휴직을 편하게 쓸 수 있는 분위기를 장려하는 등의 정책을 정부가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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