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KBS 공채 11기 프로듀서로 입사한 윤석호는 1992년 ‘내일은 사랑’을 시작으로 ‘느낌’(1994), ‘프로포즈’(1997), ‘가을동화’(2000)를 비롯해 네 편의 계절연작, ‘사랑비’(2012)에 이르기까지 20년에 걸쳐 걸출한 화제작을 만들어 온 스타 연출가다.

그의 작품들 속에는 김희선, 이병헌, 송혜교, 원빈, 배용준, 손예진 등 내로라하는 한국의 스타들이 등장해왔다. 그러나 이들이 윤석호 PD와 처음 호흡을 맞출 당시부터 유명했던 것은 아니다. 1991년 데뷔한 이병헌은 이듬해 ‘내일은 사랑’에 출연하면서 크게 주목받았고, 원빈은 ‘가을동화’로 신드롬을 일으켰으며, 손예진은 ‘여름향기’로, 한효주는 ‘봄의 왈츠’로 시청자들에게 깊이 각인됐다. 이처럼 신인급 배우들을 발굴해서 스타로 키워내는 그의 탁월한 능력 때문에 ‘윤석호 키드’라는 말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다. 윤 PD는 그들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맑고 순수한 이미지를 극대화해 첫사랑, 순애보라는 그의 일관된 관심사와 잘 결합시킴으로써 작품을 성공적으로 빚어내 왔다.

연기자들만큼 윤석호의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공간적 배경이다. 계절연작을 만들면서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지방 소도시나 전원을 많이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고등학교 때까지 농업대학교 캠퍼스 안에서 살았던 경험이 그의 감수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가을동화’의 배경이 된 속초 아바이마을, ‘여름향기’에 등장했던 덕유산 자락과 보성 녹차밭 등지, ‘봄의 왈츠’의 배경이었던 청산도는 애청자들을 중심으로 큰 관심을 끌었으며, ‘겨울연가’의 촬영지였던 남이섬은 명실공히 국내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 중 하나가 됐다. 공간의 지형을 잘 이해할 뿐 아니라 그 장소의 가장 아름다운 색과 정취까지 화면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윤석호의 솜씨에는 ‘영상시인’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윤 PD는 작년 일본의 투자를 받아 홋카이도(北海道)에서 ‘마음에 부는 바람’이라는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역시 고교 시절 연인이었던 두 남녀에 관한 멜로드라마다.

‘순정’에 대한 그의 탐구는 때로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감정으로 인한 관계 폭력이 범람하는 세상에서 한 사람쯤 색이 바래지 않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나쁠 리 없다. 어쩌면 그는 작품 활동을 통해 스스로 ‘변함없음’의 미덕을 실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류 열풍을 이끌어온 그의 다음 작품도 다시 서정적이길, 서로를 향한 순수하고 간절한 연인의 마음이 중심에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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