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철수’ 승선원 스미스 내한
거제서 열린 추도행사서 ‘소회’


“‘피란민의 아들’이 지도하는 한국이 비극적인 남북 대결에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도력이 성과를 내길 바란다.”

흥남철수작전 당시 미국 상선인 메러디스 빅토리호 승선원으로 작전 성공에 기여한 벌리 스미스(89·사진)는 6일 경남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흥남철수작전기념비 앞에서 열린 레너드 라루 선장 및 승선원 추도행사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1950년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이룬 라루 선장은 생전에 ‘신의 손이 (함경남도) 흥남과 원산의 수많은 어뢰로부터 배를 인도했다’고 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스미스는 “빅토리호는 기적의 배였다”며 ‘피란민의 아들’인 문 대통령이 또 한 번의 기적을 이루기를 소망했다. 스미스는 올 1월 자신이 여행 중 한국에 들른다는 소식을 담아 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2월 “스미스 씨와 동료들의 용기와 훌륭한 승무원 정신이 없었다면 제 부모님들은 거제도로 갈 수 없었을 것이며, 오늘날 저도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 답신을 보냈다.

스미스는 “빅토리호가 어뢰에 맞았더라면 1만4000명 모두가 사망했을 것”이라며 “질병과 재난을 무릅쓴 라루 선장의 판단은 그가 뛰어난 인간임을 증명한다”고 회상했다. 라루 선장은 6·25전쟁이 끝난 뒤 미국 뉴저지주 세인트폴(St.Paul) 수도원에서 여생을 수도사로 살다 2001년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날 추도행사에서 이균태 신부는 라루 선장의 가톨릭 성인(聖人) 추대를 위해 기도했다.

현재 생존해 있는 빅토리호 승선원 3명 중 1명인 스미스는 5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부인, 딸과 함께 부산과 거제를 방문 중이다.

그는 “빅토리호의 첫 번째 기적은 에드워드 포니 미군 대령이 살인적인 장진호 전투의 생존자들을 구하는 상황에서도 10만 명의 민간인 피란민을 함께 흥남 부두의 혼란에서 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 기적은 음식·물·화장실도 없는 지저분하고 어둡고 추운 배로 인도한, 알지도 못한 외국인들을 불평불만 없이 따라준 피란민들의 믿음과 용기”라며 “피란민들의 존엄성과 의지에 대한 우리의 존경은 무한하다”고 말했다. 그는 “추운 겨울 부산항에서 누더기를 입은 채 맨발로 눈 위에서 떨고 있던 소년에게 제 재킷을 벗어주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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