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이화여대 교수·언론학

내일 4월 7일은 62회째 맞는 신문의 날이다. 오래전 ‘신문’은 ‘뉴스’와 동의어였다. 지금 뉴스는 ‘종이 신문’과 ‘방송 뉴스’와 ‘인터넷 뉴스’로 다양해졌다. 그뿐인가. 옥스퍼드 사전이 2016년 단어로 선정한 ‘탈진실(post-truth)’ 시대에 발맞추듯 ‘가짜 뉴스’ ‘유사 뉴스’ ‘어뷰징 뉴스’ ‘네이티브 광고’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뉴스인 듯 뉴스 아닌 뉴스 같은’ 뉴스들이 독자들의 시계(視界)를 흐린다. 정보사회의 역설이라고 할까. 정보와 소문은 넘쳐나는데 점점 더 진실을 알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바르고 정확한 정보는 필수다. 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하고 폭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서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서양의 학자들은 저널리즘과 민주주의와의 관계를 완벽하게 상호 의존적인 관계로 본다. 정확한 정보와 논평의 확산을 통해 공동체 의사결정에 기여해야 하는 언론 본연의 기능은 민주주의를 실현시키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서유럽 각국에서는 그래선지 신문의 위기를 민주주의의 위기로 보고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펴왔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이 공적 생활과 직접 연관이 있는 경성(硬性) 뉴스를 쓸 수 있을 때 시민에 의한 지배가 비로소 가능함을 그들은 역사적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 바탕에는 언론의 자유는 반드시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 이때 자유란 국가의 간섭, 법적 제약, 경제적 제약으로부터의 자유다.

인터넷 기술이 주도하는 미디어 지형의 변화로 신문 산업이 위기를 맞으며 언론의 공공성이 다시 세계적 의제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정보의 자유로운 융합과 수용자 주도의 이용 편이성을 증가시켰으나 정보의 흐름이 더 자유롭고 공정한지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인 사람이 많다. 각종 기술의 발달은 정보의 다양성과 접근성을 개선했으나 가짜 뉴스와 홍보성 기사의 범람을 초래했고, 수용자 선택권의 확대를 위한 알고리즘의 활용은 정보의 쏠림과 선정성을 동반했다. 인터넷을 활용한 현란한 설득 기술의 발전은 광고와 뉴스의 경계를 허물고 있으며, 빠른 전파 속도는 정보의 악의적 활용에도 적용돼 각종 폐해로 이어지고 있다. 진실 외에 다른 동기가 없는 정통 언론의 역할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한국인이 언론의 공공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다양한 경로를 통해 거의 매일 뉴스를 소비하고 있었고, 뉴스 소비 정도가 높을수록 언론 공공성에 대한 의식도 높았다. 특히, 언론의 정보 제공 기능, 의미 부여 기능, 공론장 기능에 공감을 표시했다. 언론이 공공재라는 합의가 있었다. 동시에 언론이 이러한 공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개선돼야 한다는 인식도 갖고 있었다. 가짜 뉴스나 유사 뉴스, 광고형 뉴스에 대한 우려가 컸으며, 언론이 더 심층적이고 더 정확하며 더 다양해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공동체와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의 언론이 더욱 언론다워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언론 정책이 수립되고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정보가 귀했던 시절 사람들의 ‘알 권리’가 중요했다면, 정보가 흔해진 요즘 사람들에게는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를 알 권리’가 필요하다. 뉴스를 업(業)으로 했던 신문이 ‘원조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정통 저널리즘의 가치를 구현함으로써 사람들의 요구에 응답할 책무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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