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간 돈이 들어온 돈의 3배니, 적어도 일자리 100만 개 이상을 외국에 헌납하고 있는 셈 아니냐.” 필자가 지인들을 만나면 늘 건네는 푸념(?)이다. 외국인 투자 추이를 도착 기준으로 보면 최근 10년간 한국에 들어온 투자는 1005억 달러였다. 같은 기간 외국으로 빠져나간 투자는 3017억 달러로 3배에 이른다. 고용 창출이란 관점에서 이 수치가 반대였다면 어땠을까.
정부의 제1호 국정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다. 그런데 정작 ‘일자리 창출’의 열쇠인 투자 촉진은 다소 등한시하고 있는 것 아닌가. 국내 기업들의 투자를 늘리든, 해외 투자를 유치하든 파이를 키워야 각자에게 돌아가는 몫도, 일자리도 는다. 외국의 자본을 유치하는 건 글로벌 차원에선 제로섬 게임이다. 투자자는 보다 많은 수익을 안겨주는 나라를 찾아 떠돌기에 전 세계 투자 자금을 누가 취하느냐 하는 국가 간 전쟁(?)이나 다름없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효과로 프랑스가 유치하는 외국자본 투자가 1년 새 16%나 급증했다. “프랑스가 돌아왔다.” 최근 프랑스의 브뤼노 르메르 재무장관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오늘 발표가 프랑스가 돌아왔다는 가장 구체적인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마크롱 정부가 해온 정책들의 첫 번째 과실로 성장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우리 경제 사령탑에게서 듣고 싶은 말을 프랑스 장관에게 들은 듯하다.
전 세계에 떠돌아다니는 자금을 끌어당길 정도로 우리의 투자 환경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지난 3월 코트라(KOTRA) 조사를 보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기업 중 우리의 경영 환경에 만족하는 기업은 4곳 중 1곳에 불과했다. 필자 역시 한국의 높은 규제 강도, 갈등적 노사관계 등이 투자의 리스크 요인이라는 외국 기업인들의 평가를 종종 듣는다. OECD가 발표하는 FDI 규제지수를 보면 2016년 한국은 0.135로 OECD 평균(0.067)의 2배였으며, 회원 35개국 중 6번째로 높았다. 야구방망이를 들고 사무기기를 부수는 경우는 한국 사업장이 처음이라는 어느 외국 경영자의 지적도 있었다.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해선 규제와 노사 관계에 대한 고민이 급선무다.
또 다른 문제는 소통이다.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의 한국지사장을 만났다. “오랜만입니다(Long time no see).” 인사를 나누고 담소를 했는데, 중간에 한 분이 하소연을 했다. 자기네 최고경영자들이 일본이나 중국을 가면 국가수반도 만나 허심탄회하게 애로 사항도 말하고 투자를 늘리기 위한 논의도 한다고 했다. 다른 선진국도 마찬가지인데 대통령, 총리뿐만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외국 기업인을 만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장·차관 등 고위 관료들과 만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때로는 ‘한국이 외국인 투자 유치엔 관심이 없는 것 아닌가’ ‘국제적인 외톨이가 되려고 작정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래선 곤란하다. 현장의 목소릴 들어야 정책에도 힘이 실리고 생명이 깃든다. 또, 혁신성장이든, 일자리 창출이든 이 정부가 기치로 내건 것들의 결실을 거두려면 해외에서, 외국 기업들로부터 단돈 1달러라도 더 유치하고 투자하게 해야 한다. 적어도 경제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그들을 만났을 땐 ‘자주 보니 좋네요’란 인사를 건네야 잘 되는 나라 아닐까. 언젠가 우리 경제 장관도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아시아의 용, 한국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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