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개편때마다 수준 낮춰 난이도 선진국에 비해서 낮아져 비생산·소모적 평가방식 바꿔야”
“우리나라 대학수학능력(수능) 시험은 수학의 경우 객관식 문제를 실수하지 않기 위한 반복 학습 훈련을 테스트하는 데 불과합니다.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평가 방식입니다.”
교육부가 수능에서 정시모집을 확대하고, 이과 수학 출제범위에서 기하를 빼기로 하는 등 수능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한국 수학계를 대표하는 학자가 교육부의 수능 정책에 쓴소리를 했다.
이향숙(이화여대 수학과 교수·사진) 대한수학회장은 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학교육의 본질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학입학시험에 있어 혁신적인 평가 체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교육부는 2021학년도 수능 과목별 출제범위를 확정하면서 수학계와 과학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과 수학 출제범위에서 기하를 빼고 문과 출제범위에는 ‘함수’를 추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학계와 과학계는 이런 교육부 결정에 반박하는 성명서를 내고, 교육부에 항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 회장은 “수학은 ‘서술형 평가방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창의성과 논리력을 함양하고 자신감을 갖게 하는 과목인데, 현재 수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로 하는 역량 평가에 부합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또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교육과정 내용이 경감돼 왔는데 수학 역시 2009·2015년 교육과정을 개편할 때마다 학습 내용을 20%가량 축소하고 있어 양뿐 아니라 교과 내용 난이도 면에서도 선진국에 비해 낮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일반고에 다니는 자녀가 이공계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는데, 대학에 가서 일반고에서는 배우지 않은 과목에 대해 이미 학습을 하고 온 과학고 출신 학생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을 걱정하는 한 학부모의 얘기를 들었다”며 “수학 교육은 실수를 안 하기 위해 반복 학습을 유도하는 소모적인 교육방식보다, 창의적·비판적 사고와 함께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키우기 위한 정책 방향을 지향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수학계는 교육부가 기하 분야 제외 이유로 어려운 문제로 인한 수험생 부담과 이공계 필수 과목이 아니라는 점을 든 데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어차피 변별력을 위해서는 어려운 문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하가 빠질 경우 미적분 등 다른 어려운 분야가 변별력을 위해 출제될 수밖에 없고, 기하는 공간 도형에 대한 개념을 통해 공간학습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과목이기 때문에 수능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