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를 표방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요직에 발탁했을 때, 국민은 행정적·실무적 역량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이런 도덕성과 독립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었다. 그런데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논란들은 이런 최소한의 기대는 물론 문 대통령과 참여연대에도 누를 미칠 정도로 심각하다.

김 원장과 관련된 의혹은 말 그대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첫째, 김 원장의 해외 순방 문제는 1991년 13대 ‘국회 상공위 뇌물 외유’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여야 의원 3명은 자동차공업협회로부터 경비를 지원받아 해외여행을 했고,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처벌 받았다. 김 원장은 2015년 5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비용 3077만 원으로 여비서까지 대동하고 미국과 유럽 등을 다녀오는 등 3차례 외부 지원으로 외유를 다녀왔다. 또, 출장 6개월 전에는 피감기관인 KIEP의 예산 4억여 원 삭감을 주도했다. 김 원장은 “혜택 준 적 없다”고 했지만, KIEP 유럽사무소 예산은 ‘부대 의견’이라는 편법으로 이듬해 예산에 반영됐다.

둘째, 국회 윤리규정 위반이다. 국회 윤리실천규범 제5조는 ‘법률이나 의안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있는 자로부터 직·간접적으로 금품 등을 받아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떳떳한 의정활동이라면 국회 예산으로 가야 하는데, 비서 여비까지 지원받아 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한파 의원으로 유명했던 찰스 랭글 미 하원 세입위원장은 ‘부적절한 회의 참석 경비’ 지적에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었다.

셋째, “실패한 로비” 운운한 청와대의 인식은 더 황당하다. 실패했다고 볼 수도 없지만, 로비 그 자체의 심각성을 아는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김 원장은 2015년 ‘김영란법’ 법안 제안 설명을 했는데, 공직자 등은 어떤 식이든 금품을 주고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 기본 취지다. 김 원장 행태는 드러난 것만으로도 ‘금융 검찰’ 수장 자격이 없다. 김 원장은 자진해서 물러나고, 검찰은 야당의 고발 여부와 무관하게 수사를 통해 뇌물성 등 진상(眞相)을 철저히 밝힐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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