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 ‘맨 오브 마스크’(감독 알베르 뒤퐁텔·사진)는 인연과 악연에 대한 이야기를 한 가족의 비극을 통해 풀어냈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전우로 만난 에두아르(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와 알베르(알베르 뒤퐁텔)는 전쟁이 끝난 1919년 파리에서 대담한 사기극을 꾸민다. 천재 화가인 에두아르가 그린 참전추모비 그림을 판 후 결과물은 만들지 않고, 돈만 챙기는 것. 두 사람의 어설픈 사기극은 국가적으로 벌어진 기념비 프로젝트와 맞물려 성공을 거둔다.
영화는 프랑스령 모로코로 도망친 알베르가 경찰에 잡혀 심문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경찰서장이 알베르에게 에두아르와의 관계를 묻자 그는 “복잡한 얘기라 말하자면 길다”고 말하며 그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두 사람은 휴전 교착지점인 고지 참호에서 함께 지내고 있었다. 전쟁광인 프라델 중위(로랑 라피트)는 병사들을 내세워 독일군을 건드리고, 다시 전투가 불붙는다. 아수라장에서 프라델의 계략을 알게 된 알베르는 위기에 처하지만 에두아르가 그를 구해주고, 자신은 턱이 날아가는 큰 부상을 당한다. 종전 후 알베르는 에두아르가 전사한 것으로 서류를 조작하고, 그를 파리로 데려와 돌본다. 비참한 삶을 이어가던 에두아르는 다양한 가면을 만들어 쓰고, 알베르와 사기극을 진행한다.
사기극은 그리 치밀하게 전개되지 않지만 그 사건에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관계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며 여러 메시지를 전한다. 에두아르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아버지 마르셀(닐스 아르스트럽)에 대한 분노에 차있고, 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미안함을 간직하고 산다. 은행 출납원으로 일하다가 전쟁 후 엘리베이터 안내원이 된 알베르는 약혼자에게 차이고,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에두아르의 누나 마들렌(에밀리 드켄)과 결혼한 프라델은 비윤리적인 수법으로 돈을 벌며 여전히 잘살고 있다.
프랑스 최고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한 피에르 르메트르의 소설 ‘오르부아르’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무거운 줄거리를 유머러스하게 펼쳐내며 후반부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의 교훈을 전한다. ‘프랑스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세자르영화제와 칸국제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내공 깊은 배우들의 절제된 명연기가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며 소소한 재미도 안겨준다.
20세기 초 프랑스 파리의 모습을 아름답게 재현해 눈을 즐겁게 해준다. 또 ‘대부’의 음악 감독 니노 로타와 영화음악의 거장 엔리오 모리코네가 펼쳐낸 OST가 신비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1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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