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하 한남대 정치언론국방학과 교수

시리아 화학무기에 세계 公憤
이스라엘 이어 美도 행동 개시
이중스파이 毒殺 러-서방 대치

북한 화학무기도 가공할 위협
김정남 독살에 시리아와 협력
核무기와 함께 반드시 없애야


지난 7일, 7년째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의 반군 장악 지역에 정부군 소행으로 추정되는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해 최소 40여 명이 숨지고, 500여 명이 부상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반인륜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화학무기 공격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각료회의를 열어 “우리는 그러한 잔혹한 행위를 허용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에 이어 곧 시리아에 대한 독자적인 군사공격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최근 영국에서 벌어진 러시아 이중 스파이의 암살공격에 화학무기인 신경안정제가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러시아와 외교 갈등을 빚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 등의 공분(公憤)도 커지고 있다. 이에 ‘시리아 후견인’격인 러시아는 미국의 군사공격이 큰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라고 맞받아치는 등 시리아 사태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2013년 이래 지금까지 시리아 반군 지역에서는 화학무기 공격으로 인한 참혹한 인명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화학무기를 자주 사용하는 것은 특정 국가의 내전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가 어렵다. 시리아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못 이겨 2014년 화학무기 사용 금지 국제협약에 가입했지만 약 200∼300t 분량의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사린, 타분(G계열), VX, 겨자가스 등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5개 정도 갖추고 있다. 이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분쟁 시, 언제나 이용 가능한 강력한 무기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지금까지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의 적대적 사용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이번에도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국제적인 화학무기 확산 금지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과 수십조 원의 비용이 드는 재래식-기계화군을 건설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은 시간과 비용은 적게 들이면서도 핵무기에 버금가는 충격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화학무기를 보유하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과 시리아 간의 화학무기 커넥션은 이러한 우려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2012∼2017년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이행 및 위반 감시 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보면 북한이 시리아의 화학무기 역량 재건을 지원해 왔다는 사실이 잘 드러나 있다.

사실 북한은 1960년대 초반부터 토착 화학무기 개발 능력을 추구해왔다. 연구소 4곳, 생산 공장 8곳, 저장소 6곳 등의 화학무기 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하루 15.2t(전시 40t)의 생산 능력을 갖춰 놓고, 군단별로 화학부를 설치해 화학전 교리 및 훈련도 하고 있다. 화학무기들은 포병 및 박격포 부대, 그리고 군사분계선상의 4개 군단(1, 2, 4, 5군단)에 배포해 놓았다. 특히, 여단 규모의 스커드-C 미사일 부대는 한반도 남쪽 전역에 있는 목표물들을 공격할 수 있도록 배치돼 있다. 북한이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벌어진 ‘김정남 독살(毒殺)’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사용한 것만 봐도 북한이 실전이나 테러에 사용할 가능성은 명백하다.

이런 북한의 화학무기 능력은 핵무기 위협과 더불어 분명히 우리 안보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그것이 당연히 군사적 목적 및 테러 위협으로 충분히 사용될 것이라는 전제를 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억제력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시리아 사태를 계기로 삼아 앞으로 북한과 비핵화 협상 때 화학무기 능력까지 사찰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 정보 당국에서는 북한 화학무기의 적대적 사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필요한 분석·평가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는 북한의 화학무기 공격 위협에 대처하는 데 있어 어떤 능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다.

즉, 강압적인 화학무기 사찰 요구와 더불어 이들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억제력의 핵심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만 관심을 갖고, 화학무기 위협과 같은 이슈를 의도적으로 회피한다면 앞으로 우리는 핵무기 전략에 이어 화학무기 전략까지 구사하는 북한 김정은 정권에 계속 끌려가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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