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앞두고 통과 가능성 커
규제 푸는 글로벌 흐름에 역행
WTO 서비스협정 위배 소지도


세계적으로 유통 규제가 완화되며 글로벌 유통업체들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국내는 1990년대 폐기된 규제가 부활하는 등 구시대적 규제를 강화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형국이다. 선거철을 앞두고 유통 규제법안 수십 건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 중인 대규모점포의 영업 및 진입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무려 29건에 달한다. 이는 크게 영업규제와 입점규제로 나뉜다. 영업규제는 의무휴업일, 영업시간 제한, 규제대상을 대형마트에서 복합쇼핑몰, 면세점 등 대규모점포로 확대하는 내용 등이다. 입점규제는 대규모점포 개설을 제한하는 상업보호구역 신설 및 등록제에서 허가제로의 변경 등이다. 특히 여러 개정안을 종합해 일명 ‘유통규제패키지법’으로 불리는 홍익표(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 개정안은 복합쇼핑몰 월 2회 의무휴업일 지정,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확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가운데, 이 같은 오프라인 중심 규제는 고용을 창출하는 오프라인 유통업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다. 대형 복합쇼핑몰 1개 입점 시 5000~6000명의 직접 고용이 이뤄지고 1만 명 이상의 취업유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복합쇼핑몰과 면세점으로의 규제 대상 확대는 관광자원으로서의 유통업의 역할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2016년 지출 경비 중 쇼핑이 평균 839달러(약 89만5000원)로 가장 높았다.

특히 지난 1997년 산업발전을 위해 폐지된 허가제 부활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서비스 무역에 대한 일반협정(GATS) 중 ‘소매업의 제한 없는 시장 접근’에 대한 위배 소지가 있어 통상 분쟁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실제로 1997년 미국이 일본의 대규모소매점포 출점 제한에 대해 비관세장벽 혐의로 WTO에 제소한 바 있다. 이후 일본은 진입규제를 폐지했다. 프랑스도 1969년부터 시행한 소매업 사전허가 제도를 2009년 완화하기 시작했고 2015년에는 경제개혁안을 통해 관광지구의 경우 일요일 연중 영업을 허용했다. 미국은 진입제한이 없으며, 영국은 오히려 대형업체가 교외로 진출하는 것을 막는 등 도심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글로벌 흐름과 맞지 않는 규제 강화가 실상 소상공인 지원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통시장 매출액 조사에서 규제 이후인 2015년 매출액이 규제 전인 2011년과 비슷한 21조 원대로 집계되는 등 여러 연구에서 유통 규제의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활성화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이 나타난 바 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유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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