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위선과 갑질’은 이미 국민의 수인한도(受忍限度)를 한참 넘었다. 정의당조차 12일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당론을 정했다. 자유한국당은 물론,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의 김동철 원내대표도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를 적시하면서 즉각적인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언론의 취재로 밝혀진 혐의들만 해도 이 지경인데, 검찰이 전(前) 정권 뒤지듯 제대로 수사하면 어떤 범죄가 드러날지 예측하기조차 힘들다. 이런데도 청와대와 여당은 김 원장을 비호(庇護)하고 ‘면죄부 수사 가이드라인’까지 내놓고 있으니, 혹시 다른 권력 실세에게 불똥이 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의혹은 12일에도 보태졌다. 김 원장은 2014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에게 팬택 법정관리 상황을 거론하며 “LG전자 물량 공세로 몰락했다”며 부당지원 조사를 집요하게 요구했는데, 2012년 팬택 부회장으로부터 500 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2014년 4월 국회 정무위에서 당시 금감원장에게 우리은행 도쿄지점 검사를 빨리 끝내라는 취지로 질문했는데, 1년 뒤 이 은행 지원으로 충칭을 다녀왔다. 김 원장은 2013년 11월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는 삼정KPMG를 강력히 비판했는데, 한 달 뒤 이 회계법인 전(前) 부회장으로부터 4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이런 행태엔 일정한 경향성이 보인다. 피감기관 등의 ‘취약한 부분’을 비판하고, 그 뒤 ‘반대 급부’를 받고, 나중에 그들의 입장을 해명하거나 유리하게 언급해주는 방식이다. 이런 정황의 인과관계를 수사로 밝혀내면 전형적인 뇌물죄에 해당한다. 김 원장은 국회의원 권능과 과거 시민단체 경력을 독직(瀆職)이나 사익 추구의 도구로 삼은 것은 아닌가.

여권에서도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11일 우원식 원내대표에게 “문제가 심각하다”는 문자를 보낸 사실이 공개됐다. 또 노무현 대통령의 첫 홍보수석이었던 이해성 씨는 2003년 KBS 사장 임명 과정에서 김 원장이 노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했던 사실을 공개하며 “자기에게도 엄격하면 좋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번 주말만 넘기면 ‘김기식 구하기’에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의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하루빨리 김 원장을 의법 처리하는 것이 현 정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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