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장우가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국산 골프공 메이커 제트 원 사옥에 마련된 스크린골프 타석에서 드라이버를 꺼내고 있다.
가수 이장우가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국산 골프공 메이커 제트 원 사옥에 마련된 스크린골프 타석에서 드라이버를 꺼내고 있다.
이장우 가수

잘 맞았을 때도 느낌·방법 적어
100페이지 ‘골프 교과서’ 완성
“잘못된 스윙은 아니함만 못해
5분이라도 알고서 하는게 중요”

입문 10개월만에 78타 첫 싱글
베스트 4언더 연예인 톱 클래스
티칭프로 자격증도 2개나 보유
올 KPGA 세미프로 테스트 도전


가수 이장우(45)는 일찍 찾아온 건강 악화로 골프를 시작했고, 활력을 찾았다.

1990년대 ‘공일오비’ 멤버로 활동하며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이장우는 2005년 골프에 입문, 세계골프협회(WPGA) 등 티칭프로 자격증을 2개 획득했다. 실력파. 그는 올가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주관하는 세미프로 테스트에서 20대 젊은이들과 경쟁할 예정이다. 자신의 한계와 능력의 ‘현주소’를 알고 싶어서 도전을 선택했다. 단단히 마음먹고 올해 일찌감치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국산 골프공 메이커 제트 원 사옥에서 이장우를 만났다. 그는 이 골프공의 홍보대사다. 잘나가던 가수 이장우가 왜 골프 티칭프로까지 욕심낼까. 그는 1995년 공일오비에서 솔로로 독립했고, ‘훈련소로 가는 길’이란 노래는 100만 장 이상 팔릴 만큼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하루 12∼13개의 일정을 소화하는 등 몸을 혹사했다. 피로가 쌓여 공연 중 쓰러졌고, 중환자실에 한 달 이상 입원하는 바람에 사망설까지 나돌았다. 입원했지만 환자복 입고 링거를 꽂은 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방송국에서 ‘꾀병’이라고, 무슨 사고를 친 것 아니냐고 오해했기 때문. 당시 주치의는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무조건 쉬어야만 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든 활동을 중단하자, 골프를 제외하곤 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골프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했고, ‘내가 잘하는 것을 남에게 전수하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는 갓 30세 때 건강의 소중함을 체험했다. 일찍 건강 이상을 발견한 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장우는 3세 위인 탤런트 손지창과 ‘호형호제’하면서 지냈다. 이장우는 손지창과 함께 연예인을 위한 홍보마케팅 에이전트사를 설립했고, 연예인농구단도 운영하는 등 껌딱지처럼 붙어 다녔다. 어느 날 손지창이 연락 두절이었다. 수소문 끝에 골프연습장에서 손지창을 찾았다. 그때 손지창은 골프를 막 배우기 시작했다. 손지창이 멈춰있는 공을 제대로 치지 못하는 걸 보고, 이장우가 “내가 한번 해볼게”라며 나섰다. 이장우는 의기양양하게 휘둘렀지만 헛스윙을 반복했다. 이후 손지창으로부터 골프채를 건네받고 연습장에 나갔다. 코치는 “7번 아이언만으로 ‘똑딱이볼’을 치라”고 지시했다. 코치가 자리를 뜨면 드라이버를 잡았고, 아이언으로 풀스윙을 날렸다. 재미가 없어 한 달 만에 ‘나 홀로 연습’을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손지창 손에 이끌려 경남 양산의 에이원골프장에서 처음으로 라운드를 경험했다. 골프채를 잡은 지 두 달 만에 머리를 얹었고, 97타를 챙겨 동반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힘이 좋아 드라이버를 치면 파 4홀에서 원온이 될 정도의 장타를 날렸다. 물론 방향성 때문에 OB도 많았다. 선배들 꾐에 넘어가 멋모르고 핸디를 받고 내기 골프를 할 때마다 지기 일쑤였고, 자존심이 상했다. 이후 매일 4∼5시간씩 1000개 넘게 연습공을 쳤다. 그랬더니 타수가 점점 줄었다. 입문 이후 100타를 넘긴 건 2∼3차례뿐이다.

입문 10개월 만에 첫 싱글패를 받았다. 경기 광주의 이스트밸리골프장에서 78타가 나왔다. 하지만 업-다운이 심했다. 몸의 밸런스를 유지하지 못했고, 스윙이 일관되지 않았는데, 나만의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면 쉽게 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골프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몇 달, 몇 년을 적다 보니 자신만의 ‘골프 레시피’가 완성됐다. 맛집이 되려면 레시피가 필요하듯. 지금은 100여 페이지 분량이 됐다. 하나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았고, 특히 잘 맞았을 때의 느낌을 되살려 방법을 적었다.

이장우의 베스트 스코어는 4언더파 68타. 연예인 중 톱 클래스 실력이다. 연예인 A팀을 구성할 경우 대개 백 티에서 치는 편인데 2언더파까지 쳐봤다. 2년 전 경기 포천의 푸른솔골프장에서 유일한 홀인원을 뽑았다. 사이클 버디는 2차례. 파 4홀에서 원온한 뒤 퍼팅으로 이글을 작성한 적도 있다.

이장우의 골프 실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한 수 배우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20년 넘게 100타를 들락거리던 한 기업인과 4차례 라운드를 함께하며 ‘원 포인트 레슨’을 실시한 적이 있다. 그 기업인은 원 포인트 레슨을 받고 1주일 만에 82타 스코어를 이장우에게 건넸다. 그 기업인은 이장우에게 “계속 배우고 싶다”면서 백지수표도 건넸다. 이장우는 “주말골퍼는 대부분 못 치는 게 아니라 치는 요령이 부족하다”며 “원리를 알고 이해하면 저절로 실력이 늘어나는 게 골프”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장년으로 들어서면 몸이 이미 굳는다”면서 “몸이 굳는데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해 프로처럼 유연성이 실린 파워를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장우는 “자존심 때문에 골프를 참 열심히 했다”면서 “골프든 공부든 인생이든 알고 덤비는 것과 모르고 덤비는 건 하늘과 땅 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래서 배워야 하는데 누구한테, 어떻게 배우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잘못된 스윙은 하지 않으니만 못하기에 원리를 이해한 뒤 스윙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장우는 ‘잊히지 않는 가수’가 되기 위해 20년 만에 솔로 음원을 내놓았다. 이젠 가수 활동도 겸할 만큼 여유가 생겼다. 최근 TV 프로그램 복면가왕에 ‘용수철 씨’로 출연하는 등 다시 팬들 곁으로 다가가고 있다. 이장우는 “이젠 골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면서 “최근 러스터라는 브랜드로 골프 의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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