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미래연구소 사무실에서 취재진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대기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이 연구소 등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 출장 의혹 등과 관련된 기관 4곳을 압수수색했다.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미래연구소 사무실에서 취재진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대기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이 연구소 등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 출장 의혹 등과 관련된 기관 4곳을 압수수색했다.

우리銀·거래소·KIEP 지원
3차례 출장 성격 규명 나서

대가성·직무관련성 여부따라
뇌물죄·직권남용죄 적용 가능

더미래硏 후원금 편법 지원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도 수사

선관위, 靑질의서 검토 착수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돈으로 수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온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13일 전격적으로 의혹 관련 기관 4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김 원장에게 출장비가 건네진 정황과 출장 계획 관련 문건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주말 동안 압수물 분석을 이어가는 한편, 다음 주부터 사건 관계인을 불러 조사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검찰은 자금 유출입과 회계 처리 과정 등을 들여다보기 위해 계좌추적 작업도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장 성격 규명 = 전날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종오)는 이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우리은행, 한국거래소, 더미래연구소 등에서 확보한 자료를 정밀 분석해 우선 해외출장의 구체적인 성격과 일정부터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김 원장은 2014년 3월 한국거래소 돈으로 2박 3일간 우즈베키스탄을, 2015년 5월 우리은행 지원으로 2박 4일 동안 중국과 인도를 다녀왔다. 2015년 5월 25일부터는 9박 10일 일정으로 인턴 직원을 대동하고 미국 워싱턴DC와 벨기에 브뤼셀, 이탈리아 로마, 스위스 제네바 출장을 다녀왔다.


이날 압수수색은 일단 김 원장에게 출장비를 제공한 기관들에 대해 집행됐다. 법조계에서는 압수수색의 성과에 따라 향후 수사 전망이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직접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입증하는 게 핵심으로, 출장의 정확한 성격과 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출장 목적과 세부 일정이 국회의원으로서 공익적 성격· 공무의 성격이 강한지, 외유성 개인 일정 위주로 짜였는지부터 분석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아울러 출장이 추진된 배경이나 절차에서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였던 김 원장의 ‘요구’나 ‘입김’이 개입됐는지, 출장 이후 이들 기관에 김 원장이 편의를 봐준 사실이 있는지도 확인하게 된다.

◇‘셀프 후원’ 위법 여부도 검증 = 검찰이 이날 외유성 출장 비용을 댄 세 기관과 함께 압수수색한 더미래연구소는 김 원장이 주도해 설립한 정책연구기관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은 김 원장이 자신의 정치후원금 중 5000만 원을 국회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를 거쳐 더미래연구소까지 흘러가게 한 ‘셀프 후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각종 수익 사업과 기부금 모금 논란이 빚어지는 등 김 원장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더미래연구소가 있기도 했다. 특히 김 원장으로부터 1000만 원의 정책연구 용역을 받은 계봉오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가 이 중 500만 원을 다시 더미래연구소에 기부한 사실을 놓고 ‘정치자금 세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더미래연구소 관련 각종 의혹과 국회의원 임기 막판 남은 정치후원금 3억6800만 원을 ‘땡처리’ 식으로 처분한 데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임기 4년 동안 재산이 크게 늘어난 부분은 본인의 소명이 필요하다”며 “받은 정치후원금을 후원회 계좌에 신고하지 않고 썼다면 정치자금법 45조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정자법 45조에 따르면 정자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후원금을 받거나 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뇌물죄 역시 유죄가 인정될 경우 형량이 가볍지 않다.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뇌물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했을 때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선관위 靑 질의 검토 착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3일 청와대가 질의한 김 원장 관련 사안을 정치자금법 문제를 다루는 조사2과에 배당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전날 오후 늦게 질의서가 도착해 오늘부터 검토에 들어갔다”며 “구체적인 질의 내용을 면밀히 따져본 후 청와대에 선관위 해석을 회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전날 오후 △국회의원이 임기 말 후원금으로 기부하거나 직원 퇴직금을 지급하는 행위 △피감기관이 비용을 부담한 해외출장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의 해외출장 △해외출장 중 관광 등 4가지 사안의 적법성 여부 판단을 요청한 질의서를 선관위에 보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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