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서 공화 의원들과 회의
‘무역전쟁서 유리한 카드’ 포석
커들로에게 “빨리 끝내시오”
통상정책에 중대한 변화 조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복귀 검토를 지시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자국에 유리한 카드를 더 확보하고 대내적으로는 주로 농업이 중심인 주들에서 거세지는 TPP 복귀 촉구 목소리를 달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 및 의원들과의 회의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게 TPP 재가입 문제를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네브래스카주의 벤 새스 상원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한 우리 모두에게 여러 번 TPP 재가입 문제를 검토할 것을 재확인했고 특히 커들로 NEC 위원장을 보고 ‘래리, 가서 빨리 끝내시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린지 월터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조건이 상당히 좋아졌을 때 TPP 재가입이 가능하다는 게 대통령의 입장”이라며 “더 나은 조건이 협상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볼 것을 요청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TPP 재가입 검토 지시는 대외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중국과 벌이고 있는 무역 전쟁에서 자국에 유리한 카드를 하나 더 확보하려는 목적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을 두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대내적으로는 농업이 주력산업인 주들에서 TPP 복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자 이를 달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새스 상원의원 등 미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25명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TPP 재가입을 위한 협상을 재개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은 조건이라면 TPP에 재가입할 수도 있다”고 TPP 복귀를 시사한 적은 있지만 직접 무역 담당 관리들에게 검토를 지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만약 미국이 TPP에 재가입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180도의 전향일 것”이라고 했고 미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 정책의 중대한 변화의 시작을 기록하는 움직임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TPP에 대해 “우리나라를 겁탈하려는 특정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자행된 또 하나의 재앙”이라고 규정했으며, 취임 초기 일순위로 탈퇴를 강행했다. 미국이 TPP를 탈퇴한 뒤 현재는 일본 주도로 11개국의 메가 자유무역협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출범한 상태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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