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언론 보도를 통해 국민에게 알려진 ‘드루킹’의 인터넷 여론 조작 사건은 충격적이다. 여당 주장처럼 단순히‘개인적 일탈에 따른 범죄행위’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고 국기(國紀)를 흔드는 중대(重大) 범죄에 해당한다. ‘촛불 혁명’으로 집권했다는 문재인 정권이 직접민주주의와 사이버 공론을 중시하는 상황에서, 여당 당원들이 권력 핵심 인사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장기간 조직적·불법적으로 범행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더욱 심각하다.

첫째, 이번 사건은 특정인이 혼자서 은밀히 저지른 범죄가 아니라 대형 사무실을 차려놓고 많은 사람이 동원돼 인터넷 댓글 및 공감 조작은 물론 대규모 강연회 등 오프라인상의 활동까지 하는 형태로 이뤄졌다고 한다. 실제로 주범 김 모(48)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대선 승리는 일반 시민의 자발적 역량으로 이긴 것이 아니다”면서 “훨씬 정교한 준비를 우리 진영에서 오래 전부터 진행해 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 타당성 여부를 떠나 인터넷 여론 조작을 통한 대선 관여 시도가 광범위하게 시도됐음을 말해준다.

둘째, 정치 실세 배후설이 나돈다. 지금은 김경수 의원만 거론되지만,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짐작하기 어렵다. 김 씨는 김 의원을 만나 지인을 주일 대사와 오사카 총영사에 기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김 씨는 페이스북에 “2017년 대선 댓글 부대 진짜 배후가 누군지 알아. 진짜 까줄까”라는 글도 남겼다. 사실관계는 차차 드러나겠지만, 이들이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후보에게 보고했다’는 내용도 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일방적 메시지였다”고 하고 있지만, 결백하다면 당장 자신이 발송한 메시지를 공개한 뒤 해명해야 설득력이 있다.

셋째, 지금까지 드러난 부분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파주 출판단지의 한 건물 1∼3층을 임차해 사용했지만 출판 실적은 없고, 수십 명씩 노트북컴퓨터나 태블릿PC를 들고 모여 있는 모습 등이 수시로 목격됐다고 한다. 이 정도면 친분 있는 사람끼리의 모임 차원을 넘어 대규모 ‘공작(工作)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유사한 그룹이 더 있다는 얘기도 있다. 민주적 공론을 방해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조직이 이렇게 대범하게 활동했다니, 믿기 힘들 정도다. 정체와 전모가 하루빨리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으면 안 된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