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硏 개별면접조사 결과

3년전보다 11.5%P 줄어들어
“통일위해 희생감수”11.2%뿐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이 넘고 핵·미사일 위협과 3대 세습, 인권 유린 등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이면서 통일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 오는 27일 역사상 3번째의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지만,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처럼 남북 관계의 획기적인 개선과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려운 듯하다.

2017년 통일연구원이 16개 시도에 거주하는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개별 면접 조사를 수행한 결과, 응답자의 57.8%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2014년 조사 당시에는 같은 응답이 69.3%였고, 2016년에도 62.1%로 60%대였다. 하지만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하는 비중이 단기간에 급격히 낮아진 것이다. 특히 대부분 계층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보다 우세했던 반면, 20대에서는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50%를 넘었다. 어린 세대일수록 기성세대가 당연한 듯 받아들였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질문을 ‘통일이 필요한가’에서 ‘평화적 분단 유지에 찬성하나’로 바꿀 경우, 통일에 대한 인식 변화는 더 확연했다. 응답자의 46%가 ‘남북한이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는 주장에 동의했고, 동의하지 않는 비율은 31.7%에 불과했다. ‘동의한다’는 응답은 2016년 대비 2.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5.6%포인트 줄었다.

이 같은 응답의 배경에는 통일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이 되든 안 되든 내 생활에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다’라는 항목에 응답자의 58.6%가 ‘그렇다’고 답했다. ‘통일이 개인의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11.6%에 불과했고, 29.8%는 ‘보통’이라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 중 60% 이상이 통일과 자신의 삶이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는 항목에 동의한 응답자가 36.0%에 불과한 것 역시 이처럼 약화된 통일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통일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희생을 감수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1.2%로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통일 과정에서 세수 확대 등 개인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통일이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북한을 대외 개방의 길로 끌어내고, 사회·문화·경제 교류를 확대해 남북 간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는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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