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P 협력 등 사업 확대 주문
“시기적으로 부적절” 지적 나와


통일부가 ‘국제기구 및 다자협력을 통한 북한과의 협력방안’ 연구용역 사업 공모에 나선 것은 대북제재하에서 개성공단과 같은 기존 남북 경제협력 사업 재개가 쉽지 않은 만큼 새로운 형태의 남북 교류협력 방안을 찾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앞장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구멍을 뚫는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7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통일부는 용역 과업지시서에서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한 대북 사업 확대 방안을 주문했다. 통일부는 지난해 9월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800만 달러(약 85억6000만 원)를 심의·의결했지만 현재까지 집행되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이 5월 말∼6월 초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 전까지 우리 정부의 대북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지원요청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통일부는 이번 연구 용역을 통해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또 과업지시서는 ‘환경, 생태협력 등 남북-제3국 간 추진 가능한 다자협력 분야 발굴’이라는 연구 방향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경제 구상인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교류·협력을 기반으로 한 만큼, 이를 추진하기 위한 전초 작업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통일부의 이 같은 행보가 적절하냐는 점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기적으로 북한과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고 대북제재가 해제된 이후에 이런 방안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며 “북한이 비핵화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우리가 먼저 대북제재를 우회하는 방안을 찾는 인상을 주는 것은 국제사회의 비핵화 공조를 한국이 먼저 훼손하고 한·미 공조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경제평화라는 차원에서 북한이 인센티브를 느껴 자진해서 참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것”이라며 “비핵화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대북 교류협력 방안을 찾는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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