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사태는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빌려 매듭되는 모양새지만, 개운찮은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현 정부가 출범 1년을 앞두고 있지만 여러 인사 참사(慘事)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한 것은 물론, 오히려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과 민심 감수성이 뒷걸음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파문의 시작은 무리한 ‘내 편 발탁’과 검증 부실이다.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뒤에도 ‘적법’으로 우기고 비호(庇護)하는 등 재검증 기회까지 놓침으로써 문제를 키웠고, 최종 판단도 문재인 대통령이나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이 직접 내리지 못하는 무책임한 모습까지 보였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김 전 금융감독원장이 역대 최단명인 취임 14일 만에 사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청와대만 빼고 모두 예측했던 사실이라는 점이다. 야 4당과 김 전 원장이 몸담았던 참여연대, 여당 일각에서조차 신속한 사퇴가 유일한 해법임을 알았고, 국민 여론도 그랬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입장문을 발표, 중앙선관위와 검찰의 판단을 구했다. 선관위의 ‘불법(不法)’ 판단은 예측한 대로이고, 2016년 5월 결정의 반복이다. 두 차례의 검증에서 문제없다고 한 조 민정수석이나, ‘국민 눈높이’를 외면한 문 대통령의 오기가 화를 만들고 키웠다.

김 전 원장은 이제 사법처리 대상이다. 선관위의 ‘불법’ 해석에도 불구하고 ‘셀프 후원금 기부’를 강행한 것은 죄질이 나쁘다. 선관위는 피감기관 비용으로 외국을 방문한 것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으며, 불법 여부는 출장의 내용 등에 대한 수사 결과에 달렸다고도 했다. 검찰은 엄정한 수사로 위법 여부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사법적 절차와 별개로, 조 민정수석의 책임이 무겁다. 문 정부 출범 이후 검증 실패로 낙마한 장·차관급만 7명에 이르는데, 조 수석은 두 번의 검증과 재검증에서 ‘문제없다’고 계속 버텼다. 문 대통령은 인사 라인을 전면 쇄신함은 물론, 우리 편만 쓰겠다는 아집을 버리고 인사의 폭을 넓히기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제2, 제3의 김기식 사태는 또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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