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의원과 댓글 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김 모 씨(필명 드루킹)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김 의원은 수많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중의 한 사람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들만 보더라도 ‘커넥션’ 상정은 합리적 의심의 범위에 속한다. 단순한 자발적 지지자라면 정권 핵심 인사에게 ‘협박’하듯 할 수 없을 것이고, 또 그런 사람의 청탁을 접수해 청와대에 전달하고, 비서관이 ‘면접’까지 하는 일도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16일 김 씨가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인사를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만났고, 윗선으로 보고도 됐다. 김 의원은 청와대가 난색을 표하자 이를 김 씨에게 전달했고, 이에 반발한 김 씨는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또, 김 의원이 대선 당시 두 차례나 경기도 파주의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까지 직접 방문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 의원의 주장처럼 ‘일방적이고’ ‘의례적인’ 지지자와 정치인의 관계로 볼 수 없음이 확실해졌다. 검찰과 경찰의 부실 수사는 이런 의혹을 더 키웠다. 선관위는 지난해 3월 김 씨 등이 불법 댓글 작업을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대선 나흘 전인 5월 5일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를 미루다 지난 해 말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경의 조용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언론 보도로 이 문제가 불거진 이후 며칠 만에 새로운 의혹들이 쏟아졌다. 문제의 핵심은, 지난 대선 당시에 조직적으로 불법 여론 조작을 했는가, 그 규모는 어느 정도였는가, 그리고 이를 김 의원 등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가, 이와 관련된 협의나 지시가 오갔는가 등이다. 최근 진행되는 상황들은 이런 의문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긴커녕 더 증폭시키고 있다.

대선의 정당성까지 훼손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검·경이 정권의 눈치를 보며 수사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김 씨가 김 의원 말고도 현직 청와대 인사, 민주당 고위 관계자와 접촉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씨의 사무실 운영 자금, 휴대전화 170대 운용 비용, 선거 때 정치인에게 건네려 했던 자금 등의 출처도 수사해야 한다. 결코 성역(聖域)이 있어선 안 된다. 검·경의 미온적 수사 자체가 이미 야당이 추진하는 특검이나, 다음 정권에서 ‘적폐 청산’ 대상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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