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의제와 관련, 정부는 비핵화와 평화체제 및 남북 관계 개선 등 3가지를 언급하고 있다. 갈 길 먼 북핵(北核)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 ‘핵무력’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미국 지도층은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화하자 전쟁 가능성 증대, 선제공격 고려, 2월 평창동계올림픽까지 3개월 데드라인(선제공격), 주한미군 가족 철수 등 초강경 발언들을 서슴지 않았다. 아울러 항공모함, 최신예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등 가공할 위력을 지닌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해 북한 지도층을 강하게 압박했다. 영국·프랑스와 함께 시리아 내 화학무기 저장시설 2곳과 연구개발센터에 대해, 토마호크 및 스톰 섀도 순항미사일 105발로 공습한 지난 14일 미국의 군사행동을 보고 북한은 경악했을 것이다.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핵 버튼’ 논쟁에서 보듯이, 북한은 계속 미국에 도전하지만 역부족이다. 미국의 강력한 대북 경제 제재와 막강한 무력시위는 북한을 고립감과 두려움에 휩싸이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올 들어 북한은 평창올림픽 참가와 4·27 남북 정상회담 등 유화적 입장으로 선회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전 세계 관심과 이목이 집중될 남북 정상회담의 핵심은 북핵 폐기와 적절한 보상이다. 4·27 정상회담은 5월 말∼6월 초에 열릴 미·북 회담의 성패를 예측 가능케 한다. 하지만 북한이 한국, 미국과 정상회담에 합의한 사실이 북핵 폐기를 의미하는 건 아님은 물론이다.
대북 협상에서 일희일비(一喜一悲)나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다. 북한의 협상 전략과 행태는 매우 완고하고 특이하다. 김정은이 대외 협상 경험은 적으나, 김일성·김정일이 물려준 협상 유산과 경험 많은 참모들의 지원을 받을 것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 김정은의 통 큰 결단 기대는 순진한 생각이며 환상에 불과하다. 북한이 거의 완성단계에 이른 핵을 포기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비핵화 회담을 단계별·동시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은 단계마다 수용하기 힘든 보상을 요구하거나, 새로운 문제 제기로 협상을 교착 상태로 몰고 갈 가능성을 시사한다.
과거 경험으로 보아 북한의 협상 전략과 행태는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지금 북한의 핵 수준은 거의 완성단계에 와 있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한 북한은 경제·안보 위기 완화·해소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한국은 남북대화와 미·북 정상회담을 위해 운전석에 앉았으나, 자칫 잘못하면 북한에 이용당하고 미국의 불신만을 사게 된다. 북한은 남북 간 합의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1992년 2월의 남북기본합의서, 1994년 10월의 제네바 핵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 2007년 2·13 합의 등이 존중되고 지켜졌는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미국의 일괄적 북핵 타결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해체(CVID) 요구는 단호하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김정은에게 다시 속지 않겠다며, 대화의 문을 열어 놓은 채 대북 압박 강도를 높여 왔다. 미국은 1년 내 북핵 폐기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한국은 북핵 폐기에 미국과 뜻을 같이하지만, 북한의 단계적 해법을 고려 대상으로 생각한다. 북한은 한·미 양국이 강력하게 대응할 때엔 수세로 전환하거나 물러나지만, 약하게 보이면 도발을 반복한다. 한국은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핵 폐기 없이는 북측이 원하는 다양한 보상을 제공할 수 없다는 기본 원칙과 협상 목표를 확고히 전해야 한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