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 히트상품 중 하나로 꼽히는 포스트잇 탄생 과정은 극적이다. 3M의 한 연구원이 1968년 강력접착제를 개발하려다 실패했다. 원료를 잘못 배합하면서 접착력이 약하고 끈적이지 않는 제품을 만든 것이다. 몇 년 뒤 교회 성가대원이던 이 회사의 사무직원이 성가집을 넘길 때마다 부를 곡을 표시하려고 끼워둔 종이가 자꾸 바닥에 떨어지는 일을 경험했다. 그때 과거에 들었던 접착제 사례를 떠올렸고, 포스트잇의 시작이었다. 3M에는 실패 경험을 세미나를 통해 당당히 공개하도록 권장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문화가 있었다.
‘클래시 오브 클랜’으로 유명한 핀란드 게임 기업 슈퍼셀에서는 ‘실패 축하파티’가 수시로 열린다. 게임 개발에는 숱한 실패가 따른다. 슈퍼셀은 난관을 넘지 못할 때마다 좌절하는 대신 샴페인을 터뜨린다. 실패를 통해 배운 것이 있으니 축하하자는 취지다. 창업 8년도 안 돼 세계적인 게임사로 급부상한 비결이다. 독일 BMW에서는 ‘이달의 가장 창의적인 실수’를 뽑아 포상하고, 일본 혼다는 ‘올해의 실패왕’에게 거액의 상금을 준다. 메시지는 뚜렷하다. 도전했으니 실패가 있고, 혁신도 따라온다는 것이다.
페일콘(FailCon·실패 콘퍼런스)은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인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이색 모임이다. 창업가와 투자자 등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모여 자신의 실패 경험을 커밍아웃하고 서로 공유하는 자리다.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 페이팔의 맥스 레브친, 징가의 마크 핑커스 등 스타 IT기업의 창업자들도 무대에 섰다. 실리콘밸리의 정상회담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200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페일콘은 이제 세계 10여 개 도시에서 열린다.
스타트업 환경이 으뜸인 실리콘밸리에서도 사업 성공률은 1%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만큼 이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퍼스트 무버’는 힘들고, 시행착오는 필연이다. 무수한 도전을 거듭한 끝에 일어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실패는 옵션”이라고 했다. 투자 프로젝트에서 성공작을 가장 많이 낸 구글은 곧 가장 많은 실패를 겪은 기업이다.
SK하이닉스가 얼마 전 10나노급 D램을 신규 공정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실수한 연구원에게 300만 원의 ‘실패 상금’을 줬다. 참신한 시도지만, 실패를 자산으로 삼는 문화를 더 키우고 확산해가야 한다. 한국판 페일콘이 나올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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