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화학물질안전원서 승인
지역주민에 내용 의무적 고지
정작 관할지자체엔 정보 안줘

환경부·고용부 등 제각각 관리
위험물 사고예방·대응 어려워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안전’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화학물질 관리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인천과 경북 영주시에서 발생한 화학물 사고 때, 환경부와 지자체가 허둥대는 등 화학물질 관리체계가 허점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환경부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현행 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한 97종의 ‘사고대비물질’은 해당 사업장이 ‘위해관리계획’을 수립해 화학물질안전원의 승인을 받아 지역주민에게 고지해야 한다. 계획에는 해당 사업장이 취급하는 화학물질의 유해성과 사고 위험성, 주민 영향권과 대피요령 등이 명시돼 있다. 환경부는 이 같은 계획을 해당 지역주민에게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하면서도 정작 관할 지자체에는 기업의 영업상 비밀이 담겼다는 이유로 공유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관련 법이 개정돼 이후 등록된 사업장에 대해서만 극히 제한된 내용의 정보만 공유되고 있을 뿐이다. 주민 고지 역시 서면통지나 설명회, 일간지 공고 등을 통하도록 돼 있어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화학물질안전원 홈페이지에 별도의 ‘주민고지시스템’이 운영되지만 강제성이 없어 대부분 일회성 고지에 그치고 있다.

인천의 경우 등록된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은 975개소에 달하지만 주민고지시스템에 위해관리계획을 게재한 곳은 37곳에 불과하다. 시 관계자는 “화학물질 취급시설에 대한 정보를 환경부가 독차지하고 있어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지자체는 관련 정보가 없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는 법체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역자치단체장은 위험물관리안전법에 따라 위험물 3000여 종에 대해 예방 규정을 수립하고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3000여 종의 위험물 중 사고대비 물질 97종은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환경부가 별도 관리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도 50여 종의 유해위험물질을 관리하도록 돼 있지만 관리 주체는 고용노동부다. 이처럼 서로 다른 관리주체가 같은 성격의 유해화학물질을 놓고 각각 다른 목적의 법으로 다루다 보니 정보 공유는커녕 책임주체를 따지기도 모호한 상황이다.

실제 지난 13일 인천 서구와 경북 영주시에서 화학공장 내 폭발성이 강한 유기화학물 화재와 유해가스 누출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지만, 해당 지자체는 주민 대피를 어디까지 시켜야 할지 판단조차 하지 못한 채 사고 발생 50여 분이 지나 인근 주민에게 ‘주의하라’는 재난문자만 보냈다.

윤하연 인천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가 법의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기관이 관리하고 있어 정보 파악이 어렵고 체계적인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 = 지건태 기자 jus216@

영주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박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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