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임기 2년을 남기고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권 회장은 지난달 31일 포스코 창립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회장직 수행 의지를 밝혔고, 재임 기간 진행한 구조조정 작업도 좋은 평가를 받는 터다. 지난해엔 사상 최대 영업이익도 냈다. 외부 압력 없이는 사퇴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회장 잔혹사가 재연됐다는 분석은 타당하다. 포스코 설립 후 회장을 맡은 7명 가운데 온전하게 퇴임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민영화 이후만 봐도 유상부·이구택·정준양 전 회장은 모두 연임에 성공하고도 정권이 바뀐 초기에 물러났다. 2014년 8대 수장에 오른 권 회장도 지난해 3월 연임하면서 2020년 3월까지가 임기다.
황창규 KT 회장은 1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불법 혐의를 두둔할 이유는 없지만, 수사 방법의 적정성과 형평성 등 짚어볼 부분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전임 수장들의 수난과 너무도 흡사하다. 이석채 직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 첫해에 검찰의 ‘싹쓸이 압수수색’을 견디지 못하고 사퇴했다. 남중수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물러났다. 황 회장에 대한 시민단체 고발, 무차별 압수수색, 소환 조사도 과거에 보던 장면이다.
권 회장과 황 회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4차례 대통령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에서 빠졌다. 이런 따돌림은 물러나라는 압박과 다름없다. 시민단체는 KT와 함께 포스코건설 등 전·현 경영진에 대해서도 고발장을 낸 상태다. 포스코는 2000년, KT는 2002년에 민영화했다. 외국인 지분이 50% 안팎이고, 정부 지분은 없는 민간기업이다. 그런 기업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갖은 수단으로 경영권을 흔들어왔다. 포스코·KT 회장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쯤으로 여기는 고질적 적폐다. 과거에 그랬더라도 시정하는 게 옳다. 그럼에도 문 정부 들어 두 기업은 물론, KT&G·하나금융지주 개입설까지 불거졌다. 과거 적폐를 답습하고, 확대 재생산까지 하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