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빠, 저는 막내딸 유나예요. 시험을 한 달 앞두고 아빠에게 편지를 써요. 이 시험이 끝나면 저도 이제 아빠와 함께 살 수 있겠죠? 벌써부터 저는 시험이 끝난 후를 상상하면 가슴이 설레요.
어젠 아빠에게 전화가 왔어요. 아주 완벽히 취한 목소리로 “아빠야, 공부 잘하고 있자?”라고 하셨지요. 전 아빠에게 “엉, 아빠 취했으니까 얼른 주무셔, 나 공부할게”라고 했어요. 아빠는 “아직 큰딸이 안 들어왔어”라며 언니를 기다리겠다고 하시며, 또 공부 너무 열심히 해서 아프지 말라고 하셨어요. 저는 알아요. 이게 아빠의 애정표현 방식이고 사랑이고 걱정이라는 것을요. 사랑 표현에 익숙지 않은 아빠는 항상 뒤에서 묵묵히 우리를 지켜주셨어요.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봄까지 아빠와 살았을 때, 아빠는 12시가 다 되어 오는 저를 항상 기다리셨고 꼭 얼굴을 본 후, ‘아빠 잔다’라고 말하며 방으로 들어가셨어요. 아침이면 아침을 먹든 안 먹든 졸려요. 그런데도 아빠는 매일매일 아침을 준비해주셨어요.
아빠, 이제 6개월 후면 저도 성인이 돼요. 문득 예전에 아빠가 술에 취해서 하신 말씀이 떠올라요. ‘유나도 스무 살이 되면 대학 간다고 떠날 테고, 졸업하면 결혼한다고 떠날 텐데 아빠랑은 언제 사느냐?’ 저는 이 말이 너무 슬퍼요. 제가 19년 동안 아빠와 같은 집에서 지낸 건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봄까지잖아요. 제 인생의 반절도 저는 아빠와 지내지 못했는데, 아빠와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더 없다는 게 저는 참 마음이 아파요.
사실 저보다는 아빠가 더 슬프고 속상할 거예요. 하지만 아빠와 저는 서로 표현에 익숙지 않아 서로 이야기할 수도 없었어요.
아빠, 저는 시험이 끝나면 제가 사랑하는 아빠와 매일 아침을 같이 먹고 저녁마다 도란도란 이야기할 거예요.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남은 시간을 위해서 아빠에게 제가 아빠를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말할 거예요.
아빠, 저는 아빠의 선택을 절대 원망하지 않아요. 태어나서 저에게 엄마는 오직 아빠뿐이에요. 아빠는 제게 없는 엄마의 사랑까지 듬뿍 주셨잖아요. 아빠의 작은 딸이 이렇게 사랑스럽고 예쁘게 자란 것도 다 아빠의 사랑 덕분이에요.
할머니네 있을 때, 바빠서 작은딸을 보러오지 못해 보내준 크리스마스 택배와 고모네 있을 때, 자고 있는 우리를 보러와서 얼굴을 쓰다듬고 갔던 아빠를 저는 알아요. 저는 ‘아빠의 사랑만큼 누구에게 사랑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해요. 저는 아빠가 우리를 포기하지 않아서 정말 고마워요.
이제 저는 대학에 가서 아빠를 꼭 웃음 짓게 만들 거예요. 아빠, 저는 아빠의 사랑을 본받고 싶어요.
삼촌이 병원생활을 할 때, 산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새 차를 팔겠다고 여기저기 알아보시던 모습을 보며 아빠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10년 넘게 탈 거라며 함께 골라 산 차를 고민 없이 팔겠다는 아빠는 제게 큰 충격을 안겨주셨지요. 매주 토요일은 가족과 저녁을 먹겠다는 원칙을 갖고 지켜왔던 아빠는, 제게 가족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일깨워주셨어요.
아빠,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고 제게 준 것, 저는 다 알아요. 이제 아빠, 조금 천천히 걸어도 돼요. 아빠 항상 사랑해요.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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