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드루킹 사건으로 폐해 재확인
악성 댓글 ‘표현의 자유’ 저해
포털의 책임 촉구 목소리 높아

기존 방식은 고비용에 저효율
AI 기술과 집단지성 활용하고
처벌 강화하는 제도 보완 필요


최근 ‘드루킹’이라는 별칭을 사용한 김모 씨 일당의 댓글 조작 사건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들은 ‘매크로’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네이버 뉴스에 달린 특정 댓글의 공감 수를 폭발적으로 늘려 댓글 리스트 상단에 잘 노출되도록 조작했다고 한다. 한편, 2012년 대선 때 국가정보원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SNS)에 직접 댓글을 올리거나 퍼 나르기를 해서 특정 정치 세력을 위한 여론몰이를 한 사건도 있었다.

댓글은 인터넷에 게시된 콘텐츠 아래에 남길 수 있는 짧은 글이다. 예를 들면, 네이버에 게시된 뉴스 하단에 댓글 달기 기능이 있어서 독자들은 뉴스를 읽은 후 다양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 댓글을 통해 특정 이슈에 대한 찬반 표현이나 토론이 이뤄지면서 댓글은 온라인 문화로 자리 잡았다. 특히, 댓글이 다른 사람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댓글을 통해 개인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건강한 비판이나 저항을 시도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그런데 댓글의 영향력이 확인되면서 이른바 알바를 고용해 댓글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늘었고, 댓글의 익명성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남을 공격하거나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악플 문화’가 새로운 사회적 문제가 됐다.

결국, 인터넷 댓글은 보통사람들이 의견이나 주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가치를 갖고 있으나, 악성 댓글이나 댓글조작 등의 사회적인 문제를 유발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댓글의 부정적인 효과에 주목해 아예 댓글 기능을 삭제하는 방안을 주장한다. 매크로를 활용한 댓글조작을 막지 못한 인터넷 포털의 책임을 지적하면서 포털 댓글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러나 셧다운 제도로 온라인 게임 중독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듯이 댓글 기능을 없애는 것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 또한, 악성 댓글을 달거나 댓글을 조작하려는 사람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그 책임은 포털뿐만 아니라 사회 여러 주체가 함께 져야 한다. 그렇다면 댓글의 순기능과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하는 해법은 무엇일까?

우선, 사람이 직접 댓글의 적합성을 하나하나 판단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정확성은 높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가 이 방안을 실현할 정도의 인력을 고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둘째, 인터넷 이용자들이 신고한 내용을 기반으로 댓글 전담 인력이 댓글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방안이 있다. 즉, 이용자들에게 악성 댓글이나 댓글조작을 신고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이용자의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그런데 이 방안은 이용자들에게 권한을 주고 스스로 책임감을 갖게 한다는 측면에서는 좋지만, 댓글 적합성 판단에 대한 기준이 주관적이어서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셋째, 기술을 활용해 댓글조작을 방지하거나 자동으로 댓글의 적합성을 판단해 악성 댓글을 검출하는 방안이다. 사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매크로를 이용한 댓글조작 방지를 위해 캡차(CAPTCHA)라는 문자인증 보안 기술을 적용해 왔으나 댓글조작 수법도 기술적으로 진화하고 있어 캡차 기술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등 새로운 공학적인 지식과 기술을 활용해서 자동으로 악성 댓글이나 댓글조작을 판별하고 조치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식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댓글 문제에 대응하는 기존의 방식이 사실상 고비용·저효율인 상황이므로 AI 등의 기술과 이용자의 집단지성을 기반으로 댓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시급하다. 다만, 누가 어떤 종류의 댓글을 달거나 조작하며, 악성 댓글이나 조작된 댓글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AI나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방식을 실제로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과학적인 연구 역시 동시에 추진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댓글을 조작하거나 악성 댓글을 생성하는 사람들에 대한 법적인 처벌을 강화하고 보다 장기적으로는 이용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나 윤리를 증진시키는 다양한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댓글이 사회의 약이 될지 아니면 사회의 독이 될지는 우리의 대응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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