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은 28년간 자신의 삼시 세끼를 그림일기로 그렸고, 또 한 사람은 10년간 나뭇잎 일기를 그렸습니다.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2017)에 이어 최근 출간된 ‘샐러리맨 시노다 부장의 식사 일지’(앨리스)의 시노다 나오키(篠田直樹)와 ‘나뭇잎 일기’(궁리)의 허윤희 작가입니다.

‘샐러리맨 시노다 부장의 식사 일지’를 보고 반가웠습니다. 일본에서는 2013년에 나온 ‘시노다 과장의 삼시 세끼’를 흥미롭게 본 독자의 한 사람으로 그 뒤에도 그가 계속 식사 일기를 쓰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여행사에 다니는 그는 1990년 8월 후쿠오카(福岡)로 전근을 가면서 식사일기를 대학노트에 쓰기 시작했습니다. 현지의 맛있는 음식을 기록해 두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는 사진을 찍거나 스케치하지 않고, 온전히 ‘눈과 혀와 위장의 기억만’으로 그날 밤, 집에 돌아와 삼시 세끼 일기를 그렸습니다. 남에게 보여줄 생각으로 그리지 않았던 일기는 2012년, 그가 50세가 되던 해에 NHK 방송에 공개되면서 화제가 돼 책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좋은 날이든 나쁜 날이든 하루를 마무리하며 어김없이 책상 앞에 앉아 대학노트에 그림을 그리는 그의 뒷모습을 떠올리면 경건한 마음이 듭니다. 자신의 하루하루를 기록하며 삶을 쌓아가는 성실함, 자신과의 약속에 대한 충실함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이랄까요. 그 뒤 부장으로 승진했지만 변함 없이 삼시 세끼를 그려, 묶여 나온 ‘샐러리맨 시노다 부장의 식사 일지’를 보면서 마음 한편이 놓였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려도 많은 이가 그처럼 묵묵히 자신의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그 일상의 힘에 위안을 받습니다. 164쪽, 1만3000원.

목탄 드로잉 작업을 해온 허윤희 작가의 ‘나뭇잎 일기’는 2008년 이후 10년간의 그림일기입니다. 자연을 통해 위로를 얻던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산책과 자신의 작업을 연결할 수 없을까 생각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글에서 영감을 받아 ‘나뭇잎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는 가로 21㎝ 세로 29.7㎝의 공책 크기 종이에 그날 산책길에서 만난 나뭇잎을 그리고 짧게 글을 썼습니다. 이번 책은 그중에서 380여 편을 엮은 것입니다. 그림일기 속 잎들은 우리의 하루하루가 다르듯 싱그럽게 빛나기도 하고, 벌레 먹어 구멍이 뚫리기도 하고, 때론 바스러지기도 합니다. 그는 “매일 반복되는 날들은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날마다 다르다”고, “날마다 새로운 잎이 돋아나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난다”고 합니다. 성실한 일상을 통해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는, 이 역시 일상의 힘입니다. 420쪽, 2만 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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