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디블 가족 /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박아람 옮김 / RHK

책의 장르는 분명 소설이지만 이를 말하기에 앞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경제학에 나오는, 기축통화를 중심으로 한 세계 금융 경제의 흐름이다.

기축통화란 국제 외환시장에서 결제의 중심이 되는 통화를 말한다. 산업혁명 이후 20세기 초까지는 금이 주요 결제 수단인 금본위제였고 1, 2차 세계대전 이후엔 정치·경제의 주도권을 잡은 미국의 달러화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얻어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달러에 대한 신인도가 떨어지면서 그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은행을 자처하며 재정 위기마다 달러를 찍어냈던 미국이 채무국으로 전락하고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의 늪에 허덕이면서 달러의 가치는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이 와중에 2016년 10월 중국의 위안화가 기축통화 대열에 합류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에 포함되면서 달러 중심의 세계 금융 체제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경쟁 통화로 등장했다. 특히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국이자, 미국 국채 최다 보유국이다. 외환보유액이 3조 달러(약 3200조 원), 미국 국채는 1조1800억 달러에 이른다. 아무리 달러가 평가절하됐어도 투자 가치가 있다는 의미인 동시에 중국이 일시에 미국 국채를 매각할 경우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세계 금융 체제를 굳이 길게 설명한 것은 책이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픽션이기 때문이다. 저자인 라이오넬 슈라이버는 저널리스트 출신답게 그동안 국가·사회 제도의 모순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소설을 써왔다.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린 화제작 ‘케빈에 대하여’(2003)를 비롯해 ‘내 아내에 대하여’(2010), ‘빅 브러더’(2013)는 각각 아들과 어머니, 아내와 남편, 여동생과 오빠 등 가족 이야기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그 안에는 개인과 사회에 대한 편견, 미국 의료제도의 맹점, 비만의 사회적 문제 등을 풍자적이면서도 신랄하게 지적하고 있다. 이번에도 미국 뉴욕에 사는 중산층인 맨디블가(家)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많은 재산을 보유한 97세의 할아버지 더글러스부터 그의 아들 카터, 그리고 손녀인 플로렌스와 에이버리, 증손인 윌링·서배너·구그·빙까지 4대에 걸친 가족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역시 단순한 가족사가 아니다. 맨디블가는 2024년 발생한 전 세계적 인터넷 인프라 시스템 다운 사태로 모든 것이 부족하고 불편해진 상황에 처해 있다. 그리고 2029년 세계 금융의 패권이 중국과 러시아로 넘어가고, 미국이 보복성으로 ‘채무상환 불이행’을 선언하면서 한순간에 삶의 근거지를 잃고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다. 그들은 과연 무너진 가족관계를 회복하고 빼앗긴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까. 590쪽, 1만65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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