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공감하는가 / 크리스티안 케이서스 지음, 고은미·김잔디 옮김 / 바다출판사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란 용어는 이제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흉내내기’부터 ‘공감 능력’까지, 오랜 세월 동안 진화한 뇌의 거울 뉴런은 인간이 문명을 만들고 지구를 지배하게 한 기반이다.

1990년 이탈리아 파르마대의 연구팀은 원숭이의 뇌에 전극을 설치하고, 원숭이가 음식 조각을 집을 때 관장하는 신경세포를 찾아냈다. 그런데 다른 원숭이나 사람이 음식을 집는 동작을 보기만 해도 실험 원숭이의 해당 뉴런이 반응하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거울’처럼 작동한다고 해서 ‘거울 뉴런’으로 명명했다. 이 책의 저자는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한 뇌 스캐닝을 통해 인간에게 월등하게 발달한 거울 뉴런을 입증하는 데 성공한 과학자다.

우연히 발견된 거울 뉴런은 생물학에서 DNA의 발견에 비견될 정도다. ‘뇌의 분업’이라는 기존의 뇌에 대한 관점을 바꾸게 하였고, 인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방식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무엇보다 거울 뉴런은 타인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해 좋든 나쁘든 우리를 근본적인 사회적 존재로 만든다. 바로 ‘공감’이야말로 거울 뉴런의 핵심이다. 저자는 거울 뉴런에 의해 우리 뇌 안에 공통 배선된 이 ‘공유회로’가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의 근본원리임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밝힌다.

미국에서는 총기사고 때마다 언론들이 사이코패스를 언급하며 거울 뉴런을 들먹인다. 자폐증이나 사이코패스처럼 공감능력이 없는 듯 보이는 사람들은 공유회로가 손상된 것일까라는 질문이다. 자폐증이 있는 사람의 경우 타인의 표정을 모방할 때 활성화되는 영역들이 일반인보다 약하게 나타났다. 그런데 일반인은 나이가 들수록 이런 능력이 줄어드는 데 비해, 자폐증이 있는 사람은 그 반대였다. 자폐증이 있는 사람은 공유회로가 망가진 것이 아니라 지체된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이코패스의 경우다. 저자는 네덜란드 법무부의 협조를 얻어 21명의 사이코패스 수감자의 뇌를 검사했다. 이들은 감각, 고통, 기쁨을 느끼는 데 관여하는 뇌 영역이 일반인에 비해 덜 활성화됐다. 하지만 실험참가자에게 적극적으로 공감해 보라고 요청하자 그들의 반응은 일반인만큼 정상화됐다. 사이코패스가 공감능력이 결여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공감하지 않으며 의식적으로 자신의 공감능력을 내면 깊숙이 잠재운다는 결론이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 이들에 대한 기존의 약물·행동치료가 거의 효과가 없으며 새로운 치료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344쪽, 1만78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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