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북한 리스크’ 덕봤지만
재팬패싱·사학스캔들에 ‘궁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부터 잇단 사학 스캔들로 위기를 맞았지만 그때마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인한 ‘북한 리스크’가 터졌고 위기를 탈출했다. 남북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에 따른 대화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자민당 총재 선거가 열리는 오는 9월까지 아베 총리를 도와줄 외부요인은 많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학 스캔들의 시작은 지난해 초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부설 초등학교 명예교장으로 있는 모리토모(森友) 학원이 일본 오사카(大阪)시 국유지 8770㎡를 수의계약을 통해 감정가의 14%에 불과한 1억3400만 엔(약 13억4700만 원)에 사들였다는 아사히(朝日)신문의 보도로 시작됐다. 같은 해 6월에는 총리와 40년 지기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加計)학원이 인기학과인 수의학과를 신설하는 데 특혜를 입었다는 의혹까지 터졌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사학 스캔들이 터지기 전까지 5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7월 들어서는 30%대까지 밀리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이 지난해 8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강행한 데 이어서 6차 핵실험까지 벌이자 아베 내각은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냈고 지지율도 반등하기 시작해 40%대로 올라갔다. 아베 총리가 승부수로 던진 국회 해산 후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한 후 아소 다로(麻生太郞) 재무상은 “북한 덕분에 대승을 거뒀다”는 발언까지 할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그를 위기 때마다 구원해줬던 북한 리스크 대신 ‘일본 패싱’의 그림자가 더 짙게 드리우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3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오는 2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5월 말~6월 초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각각 앞두고 있다. 북한을 중심으로 동북아 정세가 움직이고 있지만 현재 일본의 자리는 보이지 않는 상태다. 아베 총리는 17~1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미·북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시켰지만 일본은 여전히 현재의 한반도 정세에서 주변부를 맴돌고 있다.

4월 초 불거진 재무성 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논란도 아베 총리를 점점 궁지로 몰고 있다.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 재무성 차관이 사임을 표했지만, 야당은 “재무성의 선봉에 있는 장관이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 달라”며 아베 총리 내각의 한 축인 아소 재무상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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