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차례 봄비가 지나가자 일찍 찾아온 목련, 개나리, 벚꽃은 이내 스러지고, 4월의 꽃들만 풀죽은 듯 남아 있다. 그 화려함을 뽐내던 ‘박태기나무’의 진홍빛 꽃도 상처를 입고 생기를 잃었다.

‘박태기나무’는 먼 옛 시절 중국을 왕래하던 스님들이 들여와 절 주변에 심은 나무라고 한다. 이 나무가 지금은 널리 퍼져 일급의 관상용 꽃나무로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 화사한 꽃과 함께 윤기 있는 잎이 특별히 매력적이어서 큰 관심을 끈 것이다. ‘박태기나무’는 외래종이지만 순수한 우리식 이름을 갖고 있어서 더 마음이 간다.

‘박태기나무’의 어원은 그 방언형인 ‘밥티나무’ ‘밥태기나무’ 등을 고려하면 그 실마리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다. ‘밥티나무’의 ‘밥티’는 ‘밥알’의 비표준어이고, ‘밥태기나무’의 ‘밥태기’는 ‘밥알’의 전남 방언이다. 이로 보면 ‘밥티나무’나 ‘밥태기나무’는 ‘밥알과 같은 꽃이 피는 나무’라는 뜻이 된다. 진홍빛 꽃이 7∼8개 또는 20∼30개씩 한군데 모여 달리는데, 그 하나하나가 밥풀 모양을 하고 있기에 그러한 이름이 붙은 것이다.

방언형 ‘밥태기나무’가 있으니 ‘박태기나무’의 ‘박태기’를 ‘밥태기’에서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밥’의 종성 ‘ㅂ’이 ‘ㄱ’으로 바뀐 것인데, 이러한 변화는 ‘거붑’이 ‘거북’으로, ‘붑’이 ‘북(鼓)’으로 변한 예에서도 확인된다. 그런데 ‘밥태기’의 ‘태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답이 궁색하다. ‘밥태기’와 같은 의미의 ‘밥티’ ‘밥알’이 있으므로 ‘태기’ 또는 ‘태’가 ‘티(작은 부스러기)’ 또는 ‘알(작은 곡식의 낱개)’과 같은 성격일 것이라는 추정은 가능하다.

그렇다고 어느 식물학자처럼 ‘밥태기’를 ‘밥튀기’에서 온 것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밥’과 ‘튀기’가 결합된 ‘밥튀기’라는 단어가 어색하거니와 이것이 변하여 ‘밥태기’가 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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