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 전인 2017년 봄, 한반도는 전쟁 위기설로 들썩였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국의 강경 대응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됐다. 정작 한국보다 일본, 중국 등 외국에서 더 난리였다. 일본은 의도적인 부풀리기로 북풍을 국내 정치에 이용한다는 의심을 받았고, 중국은 부모들이 한국에 유학하고 있는 자녀들에게 전화해 귀국하라고 말할 정도로 위기감이 심각했다. 또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가 결정적이었지만 이 위기설은 한국 내 중국 여행객 감소에 한몫했다.
중국은 보통 북한을 순망치한으로 표현한다. 북한이 없다면 실질적으로 미군과 국경을 맞대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드에 대한 반발이 그렇고, 한반도가 통일돼도 미군이 38선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미리 말한 이유가 그렇다. 북한은 중국의 계륵과도 같다. 말은 듣지 않고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는 존재다. 북한은 이를 최대한 이용해 외교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4월의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곧 이어질 미·북 회담에서 성과를 내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신뢰다. 그러나 어떻게 믿을 수만 있겠는가! 우리 인식 속에 북한은 신뢰할 수 없는 존재로 각인돼 있다. 북한도 한국을 무조건 믿기도, 미국의 약속을 믿기도 어렵다. 외교에서 약속은 이익 앞에서 초라한 존재가 된다. 한국도 미·북 회담의 가교 역할을 해줄 수는 있지만 보장해줄 힘은 없다. 북한이나 미국이나 한국에는 버거운 존재임이 분명하다. 특히 군사·경제 분야에서 한국의 역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중국 역할론을 생각해봐야 할 이유다. 북핵을 일괄처리하든 단계별로 처리하든 믿음이 있어야 한다. 북핵 폐기가 그렇고, 평화협정이 그렇다. 북한도 미국도 약속을 어긴 전력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중국의 보증이 미·북 약속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도 미국도 상호 신뢰가 높아질 것이다. 북한이 약속을 어기면 중국의 강력한 보복이, 미국이 약속을 어기면 중국의 강력한 지원이 가능해진다. 한반도 위기의 지렛대가 중국인 셈이다.
남북도 어렵고, 미·북도 어려운데, 중국마저 뛰어든다면 셈법은 복잡해진다. 그러나 향후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의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중국에 나름 역할을 주면 북한 문제 해결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서론이라면 미·북 정상회담이 본론이다. 그런데 결론은 남·북·중·미가 함께 내려야 한다. 중국의 참여로 변화하는 환경에 따져야 할 문제가 많다. 평화협정이나 북핵사찰, 경제지원 등에서 중국의 역할이 빠질 수 없다. 전반기가 남북, 북·미의 무대라면 후반기는 남·북·중·미가 함께해야 한다.
한양대 인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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