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기타는 더 인간적 느낌
나만의 색깔 확실하게 낼 것”
앨범 ‘하모니아’ 이름 따 공연
동시대 기타리스트 음악 소개
국제 콩쿠르서 아홉번 우승
바나나만 먹고 13시간 연습
日평론가 “늦게 알아봐 미안”
“한국에서는 기타를 친다고 하면 ‘세시봉의 통기타’를 떠올리는 분이 많더라고요. 언젠가는 기타라는 단어로도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를 떠올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작은 체구와 손으로 세계 기타 콩쿠르를 휩쓴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32)가 3년 만에 한국에서 갖는 리사이틀 소식이 봄바람을 타고 왔다. 오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열리는 공연 제목은 ‘하모니아(Harmonia)’. 국내에서 5월 2일 발매되는 새 앨범의 이름을 따라 지었다. 클래식 기타가 대중화된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2월 말부터 도쿄(東京)와 규슈(九州) 등에서 앨범 발매 투어를 진행하다가 한국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22일 귀국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클래식 기타는 바이올린, 피아노와 같이 고전 음악을 연주해온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악기”라며 “통기타는 줄이 쇠로 돼 있는 데 비해 클래식 기타는 나일론으로 돼 있어서 음색에 좀 더 따뜻한 느낌이 있고, 피크를 쓰지 않고도 완전히 손끝으로 연주할 수 있어 가장 인간적인 소리를 들려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클래식 기타의 매력을 알려드리려다 보니 고전 곡들을 많이 선곡했는데 이번 공연엔 동시대를 살아가는 기타리스트들이 만든 기타곡도 함께 들려드릴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국내에는 클래식 기타를 아직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지만 그는 이미 아홉 번의 국제 콩쿠르 우승을 통해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연주자다. 특히 2008년 벨기에 프렝탕 콩쿠르에서는 아시아 최초 우승자이자 여성 최초 우승자라는 기록도 남겼다. 2012년 세계적 권위의 스페인 알함브라 콩쿠르에서 받은 1위와 청중상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하루 종일 바나나만 먹으면서 13시간씩 연습했고, 손톱이 다 닳아 거의 맨살로 기타를 치곤 했는데 그 덕분에 지금도 연주를 할 수 있는 기본기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도쿄음대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수학한 후 현재 가족들이 살고 있는 일본에서 활동 중인 그는 클래식 기타를 널리 알린 무라지 가오리(村治佳織)에 비견되기도 한다. “분에 넘치는 영광이지만 가오리와 가는 길이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그는 “가오리는 제이팝이나 영화음악 등을 어레인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저는 정통 클래식을 연주하면서 기타의 수준을 높여가고자 하는 확고한 목표가 있다. 넓은 기타계에서 저만의 색깔을 확실히 하고 싶다”고 했다.
특히 이번 앨범은 그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일본의 대표적인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 고타로 오시오(光太郞押尾)가 처음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쓴 클래식 기타 곡이 앨범에 수록됐다고 한다. 이 중 타이틀 곡 ‘하모니아’는 “조화를 나타내는 그리스 신화 속 여신 하모니아를 떠올리게 하는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선율이 특징적”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에서 먼저 연 앨범 발매 공연 후에는 한 평론가로부터 “진짜 음악인인 걸 늦게 알아봐서 미안하다”라는 평도 들었다. 박규희는 “30대에 들어서 표현이 확고하고 대담해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예전에는 수줍음이 남아 있었다면 이제는 연주가 확신에 찬 게 보인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해준다”고 덧붙였다. “하모니아는 제가 하던 것과 다른 주법의 곡이어서 공연에 포함하지 못하고 앨범에만 수록했지만 나중에 영상으로 공개할 생각이에요. 많은 분께서 감상하시고 달라진 박규희를 느껴 주세요.”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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