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하, painting worker, 97×97㎝, 캔버스 위에 목탄과 오일, 2011
이경하, painting worker, 97×97㎝, 캔버스 위에 목탄과 오일, 2011
폭풍우 휘몰아치는 밤, 삼킬 듯 맹수처럼 울부짖는 바다를 본 일이 있는가. 이미지만으로도 공포가 엄습해 온다. 암담한 우리의 현실일 터, 직접 겪는 입장에서는 형언하기 어려운 불안과 공포의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불안의 바다, 설령 그것이 ‘심적 거리’를 주는 가상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그것은 현실에서나 꿈에서나 악몽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림 속의 화가는 이 극한의 상황을 황망히 지워가고 있다. 내면 깊숙이 파고든 공황의 그늘 말이다. 그렇게 지워낸 그 자리엔 무엇을 채우게 될까. 오금 저리는 외줄에 의지하여 그려낼 것은 무엇일까.

예술의 길은 한가로운 낭만타령이나 신선놀음이 아니다. 불안의 바다에 던져졌어도 빛을 내기 위해 자신을 불사르는 길이 아니던가. 하긴 위태로운 외줄에 매달린 것이 어디 예술의 길만이겠는가.

이재언 미술평론가·인천 아트플랫폼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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