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완전한 비핵화” 왜

“북측 말 곧이곧대로 안믿어”
백악관, 전날이어 신중 태도

‘고르디우스 매듭’ 방식 포석
협상실패 플랜B 대비일수도

北 ‘단계 - 동시 조치’ 맞대응
회담서 일괄타결 주장할 듯


미국 백악관이 연일 ‘완전한 비핵화’를 북한과의 협상 목표로 강조하고 나서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월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내걸었던 북한이 최근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에서 핵군축협상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해 대응하는 성격을 일단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주고받는 ‘그랜드 바겐’식 일괄 타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3일 백악관 및 국무부 인사들의 최근 북핵 협상 관련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염두에 두고 있는 해법은 최대 1∼2년이라는 단기간 안에 핵 동결 및 폐기를 일거에 이뤄내는 방안으로 추정된다. 지난 9일 취임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한 ‘선(先)비핵화, 후(後)보상’ 방식의 ‘리비아 모델’ 변형에 가까운데 단기간에 동결·폐기를 이룬다는 데 방점이 더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 후 수없이 밝혔던 “이전 행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기반한 것으로, 여기에는 2005년 9·19 공동성명과 유사한 단계적 접근은 피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히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이 22일에 이어 이날 또다시 “한반도의 완전하고 전면적 비핵화”를 북핵 협상 목표로 언급한 것도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 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국무부 고위 관계자도 이날 “과거 실패했던 점진적·단계적 접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전했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6월 역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주요 카드를 주고받는 ‘빅 딜’을 생각하고 있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지배적인 견해다. 외교용어로는 일괄 타결, 청와대식 표현으로는 복잡한 일을 단번에 끊어내는 ‘고르디우스의 매듭’ 방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빅뱅(대폭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물론 이후 과정은 ‘톱 다운’ 방식으로,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원칙을 기준으로 밑에서 북핵 동결·폐기 사찰·검증을 협의하는 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북한 문제 해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힌 것도 이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미국은 북핵 협상 실패에 대비한 플랜 B를 위한 레버리지(지렛대)도 착착 쌓아놓고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완전하고 전면적인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인 조치가 취해지는 걸 볼 때까지 최대 압박 작전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면서 중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압박 동참을 강조했다. 또 하원에서도 북한 등을 사이버 위협국으로 지정한 뒤 필요 시 추가 제재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사이버 억지와 대응(H.R 5576)’ 법안이 초당적 지지를 얻으면서 발의돼 있는 상태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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