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北으로 한반도 영향력 확보
단계적 비핵화 · 쌍궤병행 주장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중 관계에 올인하면서 중국 변수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북핵을 대미 견제 수단으로도 여긴다는 점에서 비핵화 셈법을 꼬이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을 전격 방문해 리진쥔(李進軍) 북한 주재 중국 대사를 만났다. 전날 황해북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중국인 관광객 32명이 숨진 것을 위로하기 위한 조치로,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중국대사관 방문이었다. 이날 저녁에는 중국인 부상자가 입원한 평양 조·중 친선병원을 방문해 위로했다. 김 위원장이 그만큼 북·중 관계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지난달 25~28일 전격 방중으로 수년간 경색돼온 북·중 관계의 실타래를 풀어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해법을 제시하는 등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레버리지를 획득했다. 이른 시일 내에 선(先) 핵폐기를 주장하는 미국의 속도전에 끌려가지 않고, 미·북 회담이 잘되지 않을 경우에도 미국의 군사적 압박을 방어할 수 있는 안전핀을 확보한 것이다. 대북 국제제재에 동참 중인 중국으로부터 향후 대북 제재 완화를 얻어낼 수 있는 포석도 깔았다.

시 주석 역시 차이나패싱 우려를 일거에 해소하는 성과를 거뒀고, 북한을 통해 미국의 한반도 영향력을 견제하는 효과도 거뒀다.

문재인 정부는 북·중 관계 회복과 관련해 비핵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북·중 밀착은 어려운 비핵화 과정을 더욱 고차방정식으로 만든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이 원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와, 북한의 동시적·단계적 비핵화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특히, 시 주석이 북핵 해법으로 내세워 온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동시 논의)’은 미군의 전략자산 축소와 주한미군의 성격변화 등 동북아 안보 구조 재편을 전제로 한다. 대북 경제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통해 북한을 이른 시일 내에 비핵화로 이끌겠다는 미국의 구상은 당장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북·중이 더욱 밀착을 가속화할수록 북 비핵화에 대한 중국 변수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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