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작성자 법정진술해야”
1·2심 유죄 깨고 돌려보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회신 자료는 ‘전문증거’로 일종의 의견서일 뿐이어서 그 자체로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55) 씨와 김모(47) 씨에게 각각 징역 1년 6월과 징역 10월, 나머지 피고인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이 씨는 1997년 2월부터 2009년 3월까지 8개 회사의 보험에 가입한 뒤 통원치료가 가능했지만, 입원하는 방식으로 3억 원 상당의 보험금을 부당하게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 씨의 가족인 김 씨 등도 같은 방식으로 각 수억 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대법원 재판에서는 이 씨 등이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는데도 장기입원을 했다고 판정한 심평원의 회신 문건을 증거로 채택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형사소송법은 상업장부나 항해일지,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는 당연히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규정한다. 사무처리 내역을 계속적·기계적으로 작성한 문서는 증거능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은 심평원의 회신 문건이 통상문서에 해당한다고 보고 증거로 신청했다. 이 씨 등은 이를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1·2심은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심평원 회신 문건을 증거로 채택한 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심평원 회신 자료가 사무처리 내역을 계속적·기계적으로 기재한 문서가 아니라, 범죄사실의 인정 여부에 대한 의견서일 뿐”이라며 그 자체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회신 자료는 전문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작성자가 재판에서 진술해야 진정성립이 된다고 정한 형사소송법 제313조의 요건을 지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황정근 변호사는 “작성자의 진술을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작성자를 법정에 불러내 회신에 나오는 내용을 확인해야 증거능력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1·2심 유죄 깨고 돌려보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회신 자료는 ‘전문증거’로 일종의 의견서일 뿐이어서 그 자체로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55) 씨와 김모(47) 씨에게 각각 징역 1년 6월과 징역 10월, 나머지 피고인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이 씨는 1997년 2월부터 2009년 3월까지 8개 회사의 보험에 가입한 뒤 통원치료가 가능했지만, 입원하는 방식으로 3억 원 상당의 보험금을 부당하게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 씨의 가족인 김 씨 등도 같은 방식으로 각 수억 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대법원 재판에서는 이 씨 등이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는데도 장기입원을 했다고 판정한 심평원의 회신 문건을 증거로 채택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형사소송법은 상업장부나 항해일지,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는 당연히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규정한다. 사무처리 내역을 계속적·기계적으로 작성한 문서는 증거능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은 심평원의 회신 문건이 통상문서에 해당한다고 보고 증거로 신청했다. 이 씨 등은 이를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1·2심은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심평원 회신 문건을 증거로 채택한 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심평원 회신 자료가 사무처리 내역을 계속적·기계적으로 기재한 문서가 아니라, 범죄사실의 인정 여부에 대한 의견서일 뿐”이라며 그 자체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회신 자료는 전문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작성자가 재판에서 진술해야 진정성립이 된다고 정한 형사소송법 제313조의 요건을 지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황정근 변호사는 “작성자의 진술을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작성자를 법정에 불러내 회신에 나오는 내용을 확인해야 증거능력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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