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계별 보상 없다” 또 강조

23일 “구체 조치 때까지 압박”
24일 “비핵화는 핵폐기 의미”
남북정상회담 협상목표 상기
‘완전한 비핵화’ 실질조치 견인

조윤제 대사, 키신저 만나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 협상 목표와 북한 비핵화 방식, 협상 실패에 대비한 ‘플랜 B’ 등을 가늠할 수 있는 발언을 연쇄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의 북한 비핵화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두에게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가 미국이 제시하는 방향에서 이탈할 경우 미·북 정상회담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국무부 관계자들이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이번 주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내놓은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구상하는 대북정책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워싱턴 외교가의 전반적 평가다.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된 백악관의 입장은 25일 발표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논평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NSC는 “북한이 취하는 조치마다 보상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이는 2005년 9·19 공동성명과 같은 ‘점진적·단계적’ 방식보다는 단기간에 핵을 폐기하는 ‘포괄적·일괄적’ 방식을 선호한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전일인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는 북한 핵무기 폐기”라면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협상 목표를 명확히 했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연일 미·북 정상회담이 성과가 없다면 “협상장을 걸어나갈 것”이며, 현행 ‘최대의 압박’ 작전을 북한의 가시적 비핵화 조치 전까지 이어갈 것이라는 원칙도 재확인했다. ‘플랜 B’를 상기시키는 방법을 통해 북한에 경고를 날린 셈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에 관한 약속을 어떻게 받아낼지가 향후 한·미 및 미·북 관계를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에는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북한이 구체적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볼 때까지 최대 압박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22일에도 “북한 문제 해결까지 먼 길”이라고 밝힌 것은 6월 초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에서 일괄타결을 하더라도 그 이후 검증·사찰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상 간 큰 틀에서 합의하고, 실무진에서 구체적 시간표·로드맵을 만드는 ‘톱 다운’ 방식을 선호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실질적 비핵화 조치 공약을 끌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트럼프 행정부 설득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조윤제 주미 대사가 26일 뉴욕에서 미국 외교계의 거물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만난다. 1970년대 미·중 수교의 주역인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 2월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했으며, 수차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두둔한 바 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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