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中 외교안보 전문가 제언

27일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이어져야 한반도 평화 구축이라는 목표에 다가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 군축담당 특별고문은 “평화협정은 최소한의 실질적 비핵화가 이뤄진 뒤에 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 관계 개선 조치 등이 나오겠지만 “북한의 비핵화는 만만치 않은 과정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화일보는 한반도 및 비핵화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의 최종목표인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시각을 점검해 본다.

로버트 아인혼 前 美국무부 군축담당 특보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를 지낸 로버트 아인혼(사진)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26일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은 “최소 실질적인 북한 비핵화 이후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아인혼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는 중립적 중재자가 아닌 미국의 편을 드는 촉진자가 돼야 한다”면서 “대북제재 완화는 같은 편인 한·미의 공동 결정(joint decision)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9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부차관보 재직 당시 북한과 미사일 회담을 했던 아인혼 연구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6월 초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의 선구자이자 서곡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남북이 정상회담에서 종전을 선언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법률적 측면에서 종전은 정전협정 서명국(북한·미국·중국) 합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정치적 종전 선언은 가능하지만, 평화협정을 체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언제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는데, 지금은 적절하지 않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후에 하든지, 아니면 최소 실질적 비핵화 이후에 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 약속을 신뢰할 수 있나.

“그래서 일련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단순한 말이나 제안으로 약속받는 것은 불충분하다. 행동으로 확보해야 한다.”

―북핵 시설 검증이 관건인데,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등은 쉽게 검증할 수 있다. 하지만 영변 외 다른 핵시설 검증은 쉽지 않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최대의 도전은 바로 북한이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보유했는지, 영변 외 다른 시설은 없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북한은 터널 등을 이용해 핵 시설을 숨기는 데 아주 능숙하다. 결국 얼마나 포괄적이면서 광범위한 검증 조치를 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다.”

―향후 검증 체제 구성에서 참조할 만한 모델이 있나.

“리비아 모델은 아니다. 남아공 모델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핵을 포기할 당시 남아공은 6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수년간의 사찰을 통해 성공적으로 폐기했다. 물론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더 심각하고 더 발전돼 있기 때문에 훨씬 복잡할 것이다. 이라크와 이란 사례에서도 북한에 적용할 부분이 있다.”

―검증 문제 때문에 일부에서는 미국이 실제로는 ‘동결’을 목표로 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비핵화 과정은 먼 과정이다. 나를 포함해 많은 전문가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을 포기할 리 없다고 보기 때문에 회의적으로 보는 게 현실적인 시각이다. 동결이 목표라고 할 수 없지만, 동결 자체도 쉽지는 않다. 하지만 비핵화의 시작점은 동결이다.”

―북한이 단계적 조치를 통해 ‘시간 벌기’를 할 가능성은.

“미국의 적대적 조치 포기를 요구해온 북한이 안보 위협 해소와 연계되지 않은 상태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동시에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시간표도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북한도 시간을 끌면 미국이 ‘최대의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제재 완화를 시도할 것으로 본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포함해 향후 남북관계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나.

“한국은 중립적 중재자가 아니다. 한·미가 같은 팀이어야 하며, 여기에 대해서는 한·미 모두 실수가 없어야 한다. 한·미는 공동으로 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서 안보가 연결돼 있다.”

―미·북 정상회담은 어떻게 전망하나.

“남북 정상회담 성공이 미·북 정상회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일종의 서곡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 정상회담 성공 여부가 남북 관계뿐 아니라 미·북 관계에서도 중요하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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