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선 막판에 박근혜 캠프가 끌어들인 경제민주화 뒤탈이 다시 덧났다. 2013년 7월 박 정부 법무부는 대선 공약을 의식해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및 다중대표소송을 포함한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업계는 강력히 반발했고, 다른 현안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미적거리던 중에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교체됐다. 최근 법무부는 개정안에 찬동하는 내용의 검토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입법 절차가 속개될 전망이다.
집중투표제에서는 1주당 의결권이 선출 인원수만큼 부여되는데 이를 한 사람에게 집중시킬 수 있다. 선출 인원이 10인이라면 10%의 지분을 보유하면 적어도 1인은 확보할 수 있다. 현행 상법에서는 ‘집중투표제 적용 배제’를 회사 정관으로 정할 수 있는데 이를 금지하는 게 개정안 취지다. 감사위원 선임에는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데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를 다른 이사와 구분해 선임함으로써 제한 규정을 사외이사 단계부터 적용시키는 게 그 취지다. 소액주주의 경영 감시 권한을 강화하자는 뜻이지만, 경영권을 보유한 대주주로선 적대적 사외이사 출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집중투표제는 주요 사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 황금주(golden share)와 대주주가 정해진 가격으로 신주를 추가 인수할 수 있는 포이즌 필 등 경영권 보호 장치와 함께 운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특정 주주에게 특권을 허용하는 게 국민 정서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주주 의결권에 대한 규제만 강화하면 투자 의욕을 떨어뜨려 일자리에 치명적일 위험이 크다. 사외이사 중 일부는 감사위원을 겸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모든 감사위원 선임에 3% 지분 제한을 적용하는 것은 대주주에 대한 역차별이다. 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지주회사의 경우 자회사마다 대표소송이 허용되면 소송 부담이 엄청나다.
집중투표제가 강제되는 법률이 시행되면 그 시점에서 경영권을 가진 대주주는 손해를 보고 다른 주주에겐 반사이익이 돌아가는 문제도 심각하다. 신규 상장 이후 최초의 주총에서 집중투표제에 대한 정관을 다시 확정하는 수준으로 조정해야 할 것이다. 1인 이상의 감사위원을 다른 이사와 분리, 선임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적어도 1인의 감사위원에 대한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에는 효과적이다.
대주주의 지배구조에 대한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대주주와의 친분관계 및 권력기관 출신 중심으로 사외이사를 구성하는 게 문제다. 상근감사를 폐지하고 비상근인 감사위원으로 회의체를 구성했는데 전문성이 없으면 경영 감시를 제대로 할 수 없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이 법률상 책임을 다하지 못할 경우 엄중한 민·형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사회는 모든 의결사항에 대한 고도의 비밀이 요구되고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해 적대적 세력이 한 명만 있어도 효율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 노동조합이 추천한 이사 1인에 대한 찬성표가 극소수였던 KB금융지주 사례는 이사회를 보는 주주들의 시각을 잘 나타낸다. KT&G 주총에서 정부의 의지로 보였던 최대주주 기업은행의 ‘사장 선임 반대’와 ‘별도의 이사 추천’이 예상보다 훨씬 적은 표를 얻고 모두 실패한 것도 매우 인상적이다. 제도를 탓하기보다는 주주의 적극적인 참여와 합리적인 운영이 중요한 과제다. 독립성과 전문성이 확보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선임을 통해 엄정한 경영 감시가 이뤄지도록 사회적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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